군병원서 애완견 입원까지…음주 실탄사격 군 지휘관의 ‘갑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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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신 뒤 해안초소에서 실탄 사격을 해 징계를 받은 군 지휘관의 또다른 갑질이 추가로 드러났다. [중앙포토]

술을 마신 뒤 해안초소에서 실탄 사격을 해 징계를 받은 군 지휘관의 또다른 갑질이 추가로 드러났다. [중앙포토]

음주 후 해안초소에서 실탄 사격을 해 징계를 받은 군 지휘관이 소속 장병에게 갖가지 형태의 사적 지시를 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군 17사단 3경비단장이었던 노모 대령(당시 중령)은 민간동물병원에서 장염 걸린 애완견 치료에 200만원의 치료비가 든다고 하자 부대 의무대 군의관에게 직접 애완견을 데리고 가 치료를 지시했다. 이 애완견은 의무실 진료 침대에서 비타민제를 포함한 수액을 처방받는 등 6일간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에 따르면 노 대령은 부대 부사관에게 본인 아들을 위한 관사 내 축구골대 제작과 가족들이 사용하는 골프연습장의 보수작업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부사관에게는 관사에서 사용할 선반, 테이블, 의자 등 가구 제작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경비를 따로 주지 않아 해당 부사관은 사비로 재료를 구입했다. 이 부사관은 가구를 제작한 뒤 휴대전화로 사진을 보냈으나 노 대령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제작할 것을 지시했다.

노 대령은 장병들에게 리모델링이 끝난 관사를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도록 시키는가 하면 관사 내에서 흙을 밟지 않고 이동하려고 나무로 만든 길을 조성토록 하는 등 사적 지시를 했다.

지난 3월에는 간부들과 관용차량으로 부대 작계지형 정찰에 나서면서 부인과 아들을 동행해 영종도 인근의 신도, 모도 등을 다녀왔다. 일주일쯤 뒤에는 부대 운전병이 운전하는 관용차량에 처제 가족까지 태우고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노 대령의 갑질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간동물병원에서 장염 걸린 애완견 치료에 200만원의 치료비가 든다고 하자 부대 의무대 군의관에게 직접 애완견을 데리고 가 치료를 지시했다. 이 애완견은 의무실 진료 침대에서 비타민제를 포함한 수액을 처방받는 등 6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앞서 노 대령은 지난 6월 술을 마신 뒤 본인이 지휘하던 인천 영종도 해안 초소를 찾아 근무병에게 방탄모를 벗어 탄피를 받아내라고 지시하고 실탄 3발을 발사한 사실이 드러나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국방부는 노 대령이 여러 종류의 갑질을 했다는 민원도 받았으나 경징계 처분에 그쳤다. 노 대령은 예정대로 이달 초 대령으로 진급했다.

이 의원은 “군 당국이 해당 지휘관의 음주 실탄 사격과 부대원을 상대로 한 각종 갑질 행태를 알고도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며 “간부들이 장병들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갑질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하는 구악이자 적폐로 갑질 지휘관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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