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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세탁기 최대 40% 관세 땐 영업이익 10% 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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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둘째)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 둘째)가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USTR에서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1차 공동위가 서울에서 열린 지 한 달 반 만에 열렸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 둘째)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 둘째)가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USTR에서 제2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회의를 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1차 공동위가 서울에서 열린 지 한 달 반 만에 열렸다. [사진 산업통상자원부]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무역 제재에 한층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세탁기 등 한국 제품에 세이프가드(긴급무역제한) 절차를 밟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산업계는 미국의 이런 행보가 개정 절차를 밟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세이프가드 조치가 현실화하고, 한·미 FTA가 불리하게 개정되면 국내 자동차·철강·기계 업계 등은 향후 5년간 17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 규모의 수출이 줄고, 15만4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란 우려(한국경제연구원)도 나온다.

미, 세탁기 등 한국산 무역제한 절차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도 손해 #FTA 한국에게 불리하게 개정되면 #수출 20조, 일자리 15만 개 감소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코리안 배싱(bashing: 때리기)’은 올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1월 한국산 가소제(플라스틱 첨가물)에, 2월에는 합성고무에 반덤핑 관세를 예비 판정했다. 한국 제품이 부당하게 헐값에 수출됐다고 보고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이후 4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한국 등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명령했다. 5월에는 태양전지, 6월에는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등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하는 등 매달 새로운 무역 제재 이슈가 불거졌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LG전자 등 한국 세탁기 수입으로 미국 세탁기 업계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 지난 5월 미국 가전회사 월풀이 자사의 미국 내 점유율 하락이 한국 제품 탓이라고 제기한 주장을 ITC가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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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와 국내 가전업체들은 우선 오는 19일(현지시간) ITC가 개최하는 공청회에서 월풀의 주장과 ITC 판정 내용을 정면 반박할 계획이다. 공청회 결과는 다음달 열리는 ITC 위원단 투표의 근거자료가 되고, 이 투표 결과에 따라 12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되는 최종 보고서의 내용이 정해지게 된다.

한국 세탁기 미국시장 점유율

한국 세탁기 미국시장 점유율

국내 가전업체들은 월풀이 한국 제품으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월풀의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은 2012년 41.8%에서 지난해 38.4%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세탁기 부문 영업이익률은 2012년 4.8%에서 지난해 6.5%로 오르는 등 수익성은 오히려 좋아졌다는 것이다.

또 미국 정부의 한국산 세탁기 관세 부과는 미국 내수시장을 위해서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세탁기 가격 상승에 따른 ‘도미노 가격 상승’으로 미국 소비자들만 타격을 받을 것이란 논리다. 최악의 경우 완제품만이 아닌 부품별 관세가 적용되면 삼성·LG전자가 계획 중인 미국 공장 생산 계획도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완제품 조립이 이뤄지는 미국 현지 공장은 동남아에서 생산한 부품을 수입할 수밖에 없는데, 관세 인상으로 생산원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가전업체와 한국 정부의 대응에도 미국은 어떤 방식으로든 무역제한조치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미국 ITC의 판정 배후에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 세탁기에 적용되는 현행 1%대의 관세율이 40%대로 오르면 관세율이 오르기 전 영업이익의 10%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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