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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그리고 미래 산업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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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2호 19면

모비우스의 신흥시장 어드벤처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몇 달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권위 있는 SALT 투자 컨퍼런스에서 연설을 할 기회가 있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라스베이거스에 활기가 넘치고 열정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다. 나는 카지노 게임을 하지 않지만 말이다. 라스베이거스는 한때 전 세계 카지노 산업의 중심이었지만, 도박 매출만 따지면 수년 전부터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의 메카인 이 두 도시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비교해보면 흥미롭다.

연 4300만 명 찾는 라스베이거스 #도박뿐 아니라 다양한 오락 제공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바뀌는 #세계 경제의 변화 방향 보여줘

라스베이거스는 몇 달 전 기업탐방을 위해 찾았던 마카오보다 훨씬 번창하고 있는 것 같아서 놀라웠다. 2007년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라스베이거스는 큰 타격을 입고 경제상황이 악화됐다. 하지만 최근의 모습으로 볼 때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는 게임 테이블과 슬롯머신에서 상당한 돈을 벌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홍콩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애널리스트로서 중국 마카오의 카지노와 여타 관련 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조단 퐁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단은 여전히 마카오가 라스베이거스보다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마카오 매출 320억 달러 중 도박이 280억

흥미로운 것은 라스베이거스는 약 150개의 호텔과 13만2000개의 객실(모텔을 포함하면 15만 개)을 갖추고 있는 반면 마카오에는 대략 75개 호텔과 3만5000개의 객실만이 있다는 것이다. 규모 면에서는 라스베이거스가 마카오보다 훨씬 크다. 또 2015년에 3100만 명이 마카오를 방문했지만 라스베이거스에는 4300만 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총매출은 마카오의 카지노가 우위에 있다. 2016년에 라스베이거스 호텔·카지노의 총매출은 약 250억 달러였던 반면, 마카오는 약 320억 달러를 벌었다.

이는 수익원에서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2016년 라스베이거스는 도박 매출이 100억 달러를 기록하며 총매출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지만, 마카오는 도박에서만 총매출의 80%를 넘는 28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엔터테인먼트의 다양성은 라스베이거스가 마카오를 압도한다.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거리에 위치한 모든 호텔에서는 최소 하나의 쇼를 볼 수 있다. 모든 연령대의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1961년에 처음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던 때가 기억난다. 당시 나는 앨버커키에 있는 뉴멕시코대학의 실험심리학 학생이자 조교였다. 하루는 친구들과 함께 차를 몰고 라스베이거스에 가기로 했다. 중고차 시장에서 몇 백 달러를 주고 산 오래된 차를 이용했다. 라스베이거스까지는 대략 9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길어졌다. 오후 늦게 출발한 우리는 한밤중에 고개 마루에 도달했는데, 그때 차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더니 고장이 나 버렸다. 꽤 추운 날씨였는데, 운이 좋게도 내리막을 타고 산 밑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수백 명밖에 살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조그만 마을에 겨우 도달했는데, 500대가 넘는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자동차 묘지 같았다. 분명 다른 운전자들도 고개를 넘으며 우리와 같은 일을 당해 차를 버렸던 것이다. 수리가 가능한지 물었더니 정비공은 다 안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고는 고칠 수는 있지만 비용이 600달러라고 했다. 일교차가 상당히 심한 그 지역에서는 흔히 발생하는 현상으로 엔진 전체가 얼어 버렸다.

차를 팔겠다고 하자, 그 정비공은 근처에 이미 버려진 차들이 넘쳐 나기 때문에 사지 않겠다고 했다. 대신 잔존가치를 감안해 50달러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친구들과 나는 차를 얻어 타고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 밤 늦게 도착했는데 돈이 충분하지 못해 호텔에 묵지 못했고, 로비에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는 얼마 남지 않는 현금을 카지노에서 전부 잃어 버렸다. 이런 끔찍스러운 경험으로 인해 평생 게임에서 손을 떼게 되었다. 우리는 히치하이킹을 해 가까스로 앨버커키로 돌아왔다.

절대 잃어도 되는 것 이상을 걸지 말라

당시 여행을 통해 잃어도 되는 것 이상으로 절대 도박하지 말라는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고, 이를 투자에도 적용하고 있다. 당시 라스베이거스는 지금보다 호텔수가 훨씬 적었고 즐길거리가 별로 없었지만 화려하고 흥미진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중요한 곳일 뿐 아니라 아니라 가족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주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진화했다.

마카오가 게임 중심지가 된 역사는 라스베이거스보다 약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중반 무렵 마카오를 통치하고 있던 포르투갈 정부가 도박을 합법화했다. 현재 마카오에서는 도박 산업을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와는 달리 마카오는 다른 형태의 엔터테인먼트를 찾는 관광객을 위한 목적지로 조성되지는 않았지만 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몇 년간 매출 성장이 부진하면서 마카오도 라스베이거스처럼 도박만을 목적으로 두지 않고 다른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다양한 즐길거리를 개발하고 있다. 더 많은 리조트가 개발되고 있는데, 마카오가 관광객을 위한 일반적인 목적지로 완전히 변모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화적 어려움를 비롯한 난관들이 존재한다. 미국의 대형 호텔·카지노 기업들은 마카오의 게임 산업에 점차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유수의 미국 호텔·카지노 운용사 한 곳은 라스베이거스와 똑같은 건물을 지어 관광객에게 기존의 마카오와는 전혀 다른 도시를 방문한 듯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의 라스베이거스 방문기간 동안 나는 오래전에 배운 교훈대로 게임에는 손을 대지 않고, 컨퍼런스에 참가해 연설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유명한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글로벌 투자자인 샘 젤과 같은 단상에서 만나 직접 대화할 기회가 있어 즐거웠다. 나에게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 경제가 변모해 가는 모습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도시였다. 자동화·로봇·인터넷·인공지능 등이 제조업에 변화를 가져왔고, 사람들은 더 이상 기계와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반복적인 일을 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사람의 일은 엔터테인먼트와 호텔을 비롯한 서비스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바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머징마켓 경제가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그리고 다른 엔터테인먼트 중심지가 경제와 소비자의 취향 및 관심의 변화에 대응하는 단면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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