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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온·오프라인 쇼핑 경계가 무너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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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다(Reboot)

중국 소매 업체들이 어려운 것은 분명해졌다. 새로운 장소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보려는 기업도 나타났다. '거 캐피탈(Gaw Capital)'이 그 예다. 이들이 운영하는 펀드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베이징 퍼시픽 센추리 플레이스쇼핑몰을 2014년 9억2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인수 후, 식사 장소를 넓히고, 작은 소매점들로 공간을 꽉 채웠다. 까다롭다고 소문난 베이징 시민 눈높이 맞추려 여러 가지 시도도 했다. 덕분에 거 캐피탈은 관련 매체인 PERE(Private Equity Real Estate)에서 선전한 올해의 아시아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거 캐피탈의 창립자인 굿윈 거(Goodwin Gaw·사진) 회장 [사진 거 캐피탈, GAFENCU]

거 캐피탈의 창립자인 굿윈 거(Goodwin Gaw·사진) 회장 [사진 거 캐피탈, GAFENCU]

‘더 리얼에스테이트’(The Real Estate) 아시아 태평양 지역팀장 해리 탄(Harry Tan)은 "수년간 실적이 낮은 많은 쇼핑몰이 변신을 시도했다"며, "중국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 전자상가는 현재 기술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로 탈바꿈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中 기존 쇼핑몰, 문화 공간 채우고, 첨단 기술 빌려 변신 시도 #온 ·오프라인 협력 시도도 있어, 완다 그룹과 바이두·텐센트 협력 시도 #결국 두 플랫폼 통합이 미래 中 유통망 핵심될 가능성 커!

쇼핑몰은 단순 쇼핑 장소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실제 중국 쇼핑몰은 공간의 절반가량을 레스토랑, 영화관, 어학원, 의료 센터, 테마파크, 박물관, 스파 등을 배치한다. 이런 쇼핑몰들은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며, 폐점한 퍼시픽 백화점 바로 옆에 있는 'K11 가든' 역시 이러한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 복합 공간에는 모네(Monet), 달리(Dali) 등 유명 작가들의 미술 전시회 개최, 쇼핑몰 내부 체험 공간 마련, 디자인 중심의 매장 및 최신 브랜드 입점 등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 K11 가든 쇼핑몰 [사진 K11]

중국 상하이 K11 가든 쇼핑몰 [사진 K11]

중국 내 56개 매장을 보유하고, 10개 매장을 추가 개발 중인 캐피타몰 아시아의 CEO 제이슨 레오우(Jason Leow)는 "현재 스마트폰에서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제품 구매가 가능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쇼핑몰은 단순히 상점이나 제품이 집약된 공간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보여주는 곳으로 진화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러한 추세에 맞춰나가기 위해, 캐피타랜드는 즐길 거리, 먹거리, 볼거리,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포함하는 '리테일테인먼트(Retailtainment)'를 제공하여 쇼핑과 엔터테인먼트를 한곳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원 스톱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점점 더 많은 쇼핑몰 운영자들이 고객들에게 보상을 제공하고, 고유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통합적 포인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캐피타랜드의 회원 혜택 서비스인 캐피타스타(CapitaStar)를 통해, 쇼핑객들은 주차 공간 예약, 쇼핑몰 내 상점 및 프로모션 진행 위치 검색, 리워드 포인트 확보, 디지털 상의 레스토랑 순번 대기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제이슨 레오우는 "캐피타스타는 고객들의 쇼핑몰 내 지출 내역에서 수집된 정보를 통해 그들의 습관 및 취향에 관한 확장된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며,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고객들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활용된다"고 말했다.

캐피타몰 아시아의 CEO 제이슨 레오우 [사진 캐피타몰]

캐피타몰 아시아의 CEO 제이슨 레오우 [사진 캐피타몰]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통합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쇼핑센터들에서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홍콩 부동산 개발 업체인 선흥카이부동산이 소유하고 있는 상하이 내 쇼핑몰 두 곳에서는 애플(Apple)에서 개발한 프로토콜인 아이비콘(iBeacon)을 사용하여 상점 내 구매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고객의 스마트폰에 관련 메시지 및 서비스 제안사항을 전송한다. 상점 및 쇼핑몰 운영자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돕는 무료 와이파이와 함께 제공되는 터치스크린 플랫폼, 비디오 월(video wall) 등은 최신 쇼핑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미국 애플(Apple)에서 개발한 프로토콜인 아이비콘(iBeacon) [사진 애플인사이더]

미국 애플(Apple)에서 개발한 프로토콜인 아이비콘(iBeacon) [사진 애플인사이더]

전자상거래의 오프라인 진출

유통업계가 지속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전자상거래 운영자들도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온∙오프라인 쇼핑의 경계는 더욱 모호해지고 있다. 온라인 유통기업인 알리바바(Alibaba)가 이 변화를 주도했다. 올해 1월, 알리바바는 중국 내 29개의 백화점과 17개의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인타임 리테일(Intime Retail)'의 지분 74% 인수를 발표했다. 알리바바는 중국 유통업체인 ‘쑤닝(Suning)’의 지분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알리바바가 인수한 인타임 쇼핑몰 [사진 파이낸스아시아]

최근 중국 알리바바가 인수한 인타임 쇼핑몰 [사진 파이낸스아시아]

다른 전자상거래 대기업들도 알리바바의 O2O 사업과 경쟁하기 위해 사업을 옮겨오고 있으며, 각기 다른 수준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쇼핑몰 혁신을 목표로 진행된 부동산 기업 완다 그룹과 온라인계의 거물 바이두 및 텐센트 간 30억 달러 짜리 공동 벤처 투자는 2014년 대대적으로 알려졌으나, 지난해 바이두와 텐센트가 조용히 발을 빼며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이 기업들은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쇼핑몰에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매점의 지불 및 데이터 관리를 돕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꿈꿨다.

여전히 이 플랫폼은 실험 단계에 있으나,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은 소매업 발전을 위한 필수적 방향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이러한 통합에 우호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2016년 11월에는 보다 많은 혁신 및 부문을 초월한 통합을 위해 데이터 기술 지원을 기반으로 한 소매유통의 변혁을 촉구한 바 있다.

일부 쇼핑몰들이 현대적인 디지털 중심의 쇼핑몰로 새롭게 변화할 수 있던 것과 달리, 아직 대부분의 쇼핑몰들 이러한 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멜라니 알샤브는 "중국에서는 건축 시 대부분 콘크리트를 사용하며, 강철은 사용하지 않는다. 쇼핑몰은 그 의미와 흥미성을 유지하기 위해 변화를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그는 “2~3세대 쇼핑몰들을 분석할 때, 새로운 기술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보다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 그 건물들의 건축 방식부터 살펴봐야 한다. 새로운 세입자들과 새로운 유형의 엔터테인먼트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1세대 쇼핑몰들은 실제적으로 건물의 물리적 공간을 변경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이 경우 유일한 해결책은 건물을 철거하고, 재건축하는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완다몰 [사진 완다 그룹]

완다몰 [사진 완다 그룹]

중국의 소매 개발 분야의 자금운용 방식은 유연성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쇼핑몰 내의 각각의 점포 및 각 층을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자본의 빠른 회수를 원하는 개발자들에게 인기 있는 방식이나, 결론적으로 상가의 전체적인 재건을 불가능하게 만든 이유가 됐다.

스티븐 맥코드는 “1선도시 내 단독소유 쇼핑몰에서 실적이 좋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일부가 매각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며, “부동산 투자자들은 전환성이 높고 개선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에 관심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그는 "단독소유가 아닌 구분 소유 형태의 소매 관련 부동산에서 폐점은 매우 흔한 일이다. 구분 소유 형태의 쇼핑몰들은 가격이 다소 낮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으며, 자체적으로 새로운 쇼핑 트렌드에 맞춰나가기 위한 조직적인 노력을 쏟기 어렵다. 중국의 소위 ‘유령몰’의 대부분은 이러한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가지는 명확한 가치

그러나 이러한 모든 어려움들과 관계없이, 소매 공간에 관한 니즈는 지속적으로 존재해왔다.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는 브랜드 구축에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고급 브랜드의 경우, 매우 높은 수입 관세를 피해 중국 외부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모바일 소비자들에게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들은 제품을 실제로 살펴볼 수 있는 쇼룸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주얼리 부티크인 ‘티파니(Tiffany)’와 같은 브랜드들은 “지역적으로 중국에서 이러한 브랜드들의 판매가 가장 높지는 않을지라도, 이러한 브랜드들의 가장 큰 구매 그룹이 중국인 소비자들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에 문을 연 영국 백화점 ‘하우스 오브 프레이져(House of Fraser)’ 매장 전경 [사진 리테일위크]

중국에 문을 연 영국 백화점 ‘하우스 오브 프레이져(House of Fraser)’ 매장 전경 [사진 리테일위크]

미국 기술 대기업 ‘애플(Apple)’은 이러한 트렌드를 인식해, 소비자들이 구매에 대한 압박감 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제품을 살펴보고, 직접 만지며 구동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인기 있는 매장들을 만들었다. 중국은 여전히 많은 브랜드들이 아시아의 첫 번째 지점을 열고 싶어 하는 국가이다. 영국의 어린이 백화점 ‘햄리스(Hamleys)’와 영국 백화점 ‘하우스 오브 프레이저(House of Fraser)’는 각각 작년 10월과 12월에 중국 내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아디다스는 2020년까지 중국 내 3000개의 신규 매장 오픈을 계획하고 있으며, 커피 대기업 스타벅스 또한 향후 5년간 매년 500개의 신규 매장을 오픈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중국 상하이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 [사진 빅토리아 시크릿]

중국 상하이 빅토리아 시크릿 매장 [사진 빅토리아 시크릿]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란제리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은 폐점된 화이하이 로드의 퍼시픽 백화점 바로 근처에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점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현재는 폐쇄된 ‘루이비통 부티크’를 대체하며, 기존 대형 럭셔리 제품 매장에서의 전환을 상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적합한 형태의 소매에 관한 지속적인 수요와 함께, 중국 내 개발자들은 점차 높은 수준의 쇼핑몰을 건축해 나가고 있으며, 쇼핑몰 임대주로서의 장기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고 있다.

스티븐 맥코드는 "쇼핑몰 개발자와 운영자들은 보다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몇 년 전 일부 현지 개발자들이 완다 플라자의 아류 수준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으나, 현재는 완다 정도의 수준을 맞추는 것은 최소한의 조건이 됐으며 동시에 함께 성장하고 있는 다른 쇼핑몰들과는 차별화된 환경 및 쇼핑 경험을 강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한다.

중국의 소매업이 성숙과 변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긴 하지만, 확실히 구식 형태에서는 이미 벗어나 있다. 중국의 오프라인 몰들은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사회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오프라인 공간을 원하며, 소매와 엔터테인먼트를 혼합한 형태의 최신 쇼핑몰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합한다.

소비를 위한 충분한 경제적 여건을 갖춘 열정적인 소비자들은 최신 레스토랑을 방문해보고, 흥미롭고 새로운 브랜드 매장들을 둘러보기를 원한다. 앞으로 온라인 및 모바일 쇼핑몰들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며, 따라서 중국의 오프라인 소매의 미래는 디지털 쇼핑에 맞서기보다는 함께 협력하는 운영자들에게만 허락될 것이다.

캐피타랜드의 리오우 CEO는 "오프라인 소매점들은 구매 경험을 확장하는 디지털 채널의 보완을 받으며 소비자들의 쇼핑에 주요한 부분으로 남아있다”며, “업계는 이제 ‘옴니(Omni) 채널’이 유통업계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헬렌 록스버그 CKGSB 전문 칼럼니스트
정리=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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