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가즈오 이시구로 "위대한 정서적 힘 보여준 소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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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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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상 발표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이 5일(현지시간)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일본 태생의 영국 소설가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시에서 태어나 5살 때 잉글랜드로 부모와 함께 이주했다. 1978년 켄트대를 졸업하고 82년 영국 시민권을 얻은 이시구로는 장편 『남아 있는 나날』로 89년 맨 부커상을 수상했다.
한림원은 “이시구로는 위대한 정서적 힘을 가진 소설들을 통해, 세계와 닿아있다는 우리의 환상 밑의 심연을 드러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가즈오 이시구로. [연합뉴스]

가즈오 이시구로. [연합뉴스]

이시구로는 자신의 두번째 소설 『뜬구름 세상이 예술가』에서는 사회적 격동과 변화하는 문화적 가치에 타협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전후 일본의 뜬구름 같은 세상을 묘사했다. 제국주의 시대에 선전 예술가로 일했던 화가 오노마스지의 이야기를 통해 전시 일본 역사와 과거의 실수들로 인해 겪게 되는 어려움을 풀어나간다. 이시구로는 일본 고전 문학의 스타일과 닮아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 책에 이어 출간한『남아 있는 나날』은 환경에 의해 감정을 억누르도록 강요당한 개인을 드러냈다. 저택에서 34년간 일해온 집사가 등장하는데, 감정 표현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저택 주인이 완벽한 신사였지만 나치 지지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맹목적으로 충성했던 자신의 모습, 그리고 사랑도 솔직하게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뒤늦게 자각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가 쓴 소설 『네버 렛미 고』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영국의 기숙학교 헤일셤의 학생들이 엄격한 통제 속에서 신체를 단련시키는 데 집중한다. 외부에 나가면 살해된다고 배운 아이들은 성적인 체위를 배우는 등 일반 초등학생과 다른 특수교육을 받는다.
우정을 키워가던 캐시와 루스의 사이에 토미가 끼어들면서 서로의 관계는 엇나가기 시작한다. 복제 인간의 고뇌라는 소재뿐 아니라 드라마의 진행도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 담담하게 흘러간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장편 『남아 있는 나날』로 89년 맨 부커상 수상 #스웨덴 한림원 "세계와 닿아있다는 환상 밑의 심연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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