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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국진의 튼튼마디 백세인생(7) 양방엔 없고 한방엔 있는 '미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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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중양절 행사. 세시명절의 하나인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서울 남산한옥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멧돌갈기 체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남산골 중양절 행사. 세시명절의 하나인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서울 남산한옥마을을 찾은 어린이들이 멧돌갈기 체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가절약위수(佳節若爲酬)
단파청존단송추(但把淸尊斷送秋)  

좋은 명절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맑은 술잔을 들어 가을을 보낼 뿐  

딱히 진단내리기 어려운 #건강 상태와 병의 중간지점 #만성피로·소화불량 등 증세 #경옥고 먹으면 원기회복 도움

소동파(蘇東坡)가 중양절(重陽節: 중국의 명절, 음력 9월 9일)에 쓴 시의 한 구절입니다.

우리도 이제 장장 열흘에 걸친 추석 연휴를 맞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모처럼 맞는 긴긴 휴일이 반갑지만, 자영업을 하거나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모양입니다. 은퇴자들은 명절이라고 해서 평소와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들뜬 주위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덩달아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면 몸이 반응합니다. 괜히 우울해지고, 식욕이 떨어지고, 술만 찾게 되고…. 쓸쓸하게 중양절을 보내는 소동파의 심경이 이해됩니다.

중국의 대문호 소동파의 초상. [중앙포토]

중국의 대문호 소동파의 초상. [중앙포토]

명절 증후군, 일종의 미병 

얼마 전 경남 거창의 약산약초교육원에서 튼튼마디한의원 일산점 최창록 원장과 명절 신드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최 원장은 너무 긴 휴일이 걱정되는 경영자, 시댁에 가기가 두려운 주부, 마음이 공허한 은퇴자 등이 뚜렷한 병명 없이 몸이 아픈 것은 ‘미병(未病)’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건강한 상태와 병이 있는 상태로 구분하지만, 한의학에서는 그사이에 ‘미병’이라는 단계를 하나 더 넣고 있습니다. 딱히 병이라고 진단할 수는 없으나 그냥 두면 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가 ‘미병’입니다. 아직(未)은 병이 아니지만, 그대로 두면 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최 원장은 미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만성적인 피로, 소화불량, 스트레스로 인한 어깨 결림 등을 꼽았습니다.

이러한 ‘미병’ 상태에 있는 현대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일단 심신(心身)에 병이 들면 치유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병들지 않도록 평소 몸을 잘 보살펴야 합니다. 섭생과 운동을 통해서도 몸을 보살필 수 있지만, 우리 선조는 보약을 곁에 두고 장복하면서 건강을 챙겼습니다.

경옥고. [사진 김국진]

경옥고. [사진 김국진]

우리나라에는 경옥고(瓊玉膏)라는 보약이 있습니다. 흔히 ‘보약(補藥)’이라고 하면 값비싼 약으로 잘못 알고 있는데, 부족한 기운을 보충(補)해주는 약이라는 뜻이니 오해말기 바랍니다.

경옥고는 본래 황제가 먹었던 보약으로 귀한 옥처럼 가치 있는 고약(膏藥)이란 뜻입니다. 이 보약은 중국 송나라 때 홍준이란 사람이 쓴 『홍씨 집험방(洪氏 集驗方)』이란 책에 등장합니다.

홍준은 인삼, 생지황, 복령, 꿀 등을 넣어 만든 경옥고가 원기를 회복시켜주며 특히 마른기침에 효과가 좋다고 소개했습니다. 경옥고는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상세한 설명이 실려 있습니다.

요메이슈. [사진 김국진]

요메이슈. [사진 김국진]

일본의 경옥고 ‘요메이슈(養命酒)’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요메이슈(養命酒)란 ‘국민보약’이 400년 전부터 일본인의 건강을 지켜왔습니다. 인삼, 작약, 울금, 계피 등 14종의 생약으로 만든 이 술은 하루 세 번 식전과 취침 전에 2mL씩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혈행(血行)을 원활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냉증, 위장 허약, 육체피로, 식욕부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요메이슈의 역사는 16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나가노(長野)현에 시오자와 소칸이라는 귀족이 살고 있었는데, 폭설 속에 쓰러져 있는 한 노인을 구해 준 적이 있었습니다. 3년간 시오자와 집에서 식객으로 머물렀던 노인이 떠나면서 감사의 뜻으로 전해 준 게 요메이슈의 비법입니다. 요메이슈는 4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일본 가정에서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한국인의 훌륭한 보약 경옥고는 점점 잊혀져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 모든 국민이 경옥고를 곁에 두고 꿀처럼 떠먹는다면 ‘미병’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튼튼마디한의원 일산점 최창록 원장

튼튼마디한의원 일산점 최창록 원장. [사진 김국진]

튼튼마디한의원 일산점 최창록 원장. [사진 김국진]

-동국대학교 한의과 대학졸업

-동해시 한의사 회장 역임
-강원도 한의사회 윤리이사 역임
-삼척MBC '라디오 한방' 진행
-2002년 정다운 의료재단 설립 및 정다운 의료재단 동해성지병원 운영

김국진 소선재 대표 bitkuni@naver.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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