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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상한제 폐지... 중저가폰 살 땐 '유리', 프리미엄폰은 '아직'

중앙일보

입력

'중저가폰 구매 전망은 맑음, 고가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구매 전망은 흐림.'
‘지원금 상한제’ 폐지 첫날의 분위기로 본 휴대전화 시장 전망을 요약하면 이렇다.

33만원 지원금 상한선 없어지면서 소비자 기대 #KT, '갤럭시 J7 2017' 공시 지원금 상향 조정 #최신 프리미엄폰 혜택은 아직... 중저가폰 위주 조정될 듯

1일 KT는 지난 7월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 J7 2017’의 공시 지원금을 최대 34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기존엔 30만원이 최대치였다. KT가 지원금을 대폭 올린 건 단말기당 최대 33만원이었던 공시 지원금 상한제가 이날부터 폐지됐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규정한 지원금 상한제는 출시된 지 15개월이 안 된 휴대전화를 구매할 경우 지원금을 최대 33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강제했다.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1일 폐지되면서 이동통신 3사도 일부 중저가폰의 공시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유통점. [중앙포토]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가 1일 폐지되면서 이동통신 3사도 일부 중저가폰의 공시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유통점. [중앙포토]

소비자 입장에선 지원금 상한제 폐지는 일단 희소식이다. ‘갤럭시 J7 2017’의 경우 출고가가 39만6000원이어서 대리점 등 유통망에서 주는 추가 지원금까지 받을 경우엔 공짜로도 구입이 가능해졌다. KT 대리점의 한 관계자는 “월 6만원 이상 데이터 요금제를 쓰면 최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다른 이동통신사들도 기존 상한선인 33만원을 넘는 액수는 아니지만 일부 단말기 지원금을 종전보다 인상해서 공시했다. SK텔레콤은 중국 제조사 TCL의 ‘쏠프라임’과 LG전자의 ‘X-300’, LG유플러스는 LG전자 ‘스타일러스 2’를 각각 최저 요금제(월 3만2890원)로 쓸 때 22만~27만8000원의 지원금을 준다고 밝혔다. 역시 유통망 추가 지원금을 더하면 출고가가 25만~33만원인 이들 제품도 ‘공짜폰’이 되거나, 몇 만원만 내면 살 수 있다.

삼성전자 중저가폰 '갤럭시 J7 2017'은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 후 KT를 통해 최대 공시 지원금 34만5000원으로 기존 상한선(33만원)을 초과한 첫 사례가 됐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중저가폰 '갤럭시 J7 2017'은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 후 KT를 통해 최대 공시 지원금 34만5000원으로 기존 상한선(33만원)을 초과한 첫 사례가 됐다. [사진 삼성전자]

하지만 이들 제품은 중저가폰으로 소비자 관심이 집중된 최신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었고, 인상액도 체감될 만큼 크지 않다.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눈에 띄는 소비자 혜택으로 직결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15일부로 선택약정 요금 할인율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했다”며 “정부가 추가로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지원금을 더 늘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통신사 유통망을 통하지 않고도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완전자급제’, 정부가 통신사 요금제의 기준을 정하는 ‘보편요금제’ 같은 추가 정책 도입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소비자 혜택을 늘렸다가 실적 악화 직격탄을 맞을까 우려한다는 얘기다.

단통법 내 다른 조항들도 통신사들이 지원금을 올리는데 주저하게 한다. 단말기 출고가와 지원금 등의 정보를 7일 이상 공시하도록 한 ‘지원금 공시제’가 대표적이다. 지원금 규모가 낱낱이 공개되다보니 정부나 경쟁사 눈치만 보는 국면이 길어질 확률이 높다.
그렇다고 유통 대리점이 추가 지원금을 늘리기도 어렵다. 유통망 추가 지원금이 통신사 공시 지원금의 15%가 넘어선 안 된다는 조항은 단통법 내에 계속 남아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도 변수다.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와 지원금 상한제 폐지가 시기적으로 겹치는 점을 감안,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이달을 집중 단속 기간으로 점찍은 상태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8일 “추석 연휴 기간 중 차별적 단말기 지원금 지급에 따른 시장 과열과 혼탁 상황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통신사들이 당분간 관망 속에 프리미엄 제품보다 중저가폰 위주로 지원금을 올리는 데 그칠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최소 11월은 돼야 정책·시장 변화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상황을 더 지켜봤다가 구매를 결정하는 편이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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