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필요, 분열은 안돼” “청산 좋지만 다 죽을 순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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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 과거사 전쟁에 빠진 정치 

김동철 국민의당·우원식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여야는 국회 정보위원장에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윤리특별위원장에 설훈·유승희 민주당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박종근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우원식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참석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날 여야는 국회 정보위원장에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과 윤리특별위원장에 설훈·유승희 민주당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박종근 기자]

여의도 국회는 ‘과거사 전쟁’에 갇혀 있다. 여권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원조적폐론’으로 맞서고 있다.

유인태·이원종 정치원로의 조언 #유 “불법행태 덮으면 안 좋은 선례” #이 “미래 얘기하는 책임정치 필요” #건국절 등 소모적 논쟁 중단은 공감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유인태 전 수석에게 정치권의 과거사 논쟁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두 사람은 적폐청산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했다.

유인태

유인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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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전 수석=유인태 전 수석은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가정보원이 한심한 댓글공작으로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것은 상상을 초월한 일이고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덮고 갈 수 없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유 전 수석은 “이 정권이 촛불로 등장한 정권인데, (적폐청산은) 안 할 수는 없는, 우리의 숙명 같은 것”이라며 “정치에 개입한 국가 정보기관의 불법 행태를 그냥 덮어버리고 말면 다음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된다”고 했다. 다만 유 전 수석은 “안보 상황이 이러니 쇠뿔을 단김에 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론 분열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적폐청산의 ‘속도’에 대한 훈수였다.

유 전 수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전(前) 정부의 국정원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해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을 구속한 예를 들며 “김대중 정부를 계승했다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렇게까지 했는데, 야당이 지금 수사를 정치보복이라고 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원종.

이원종.

◆이원종 전 수석=이원종 전 수석은 “잘못된 것은 고쳐야 맞지만 적폐만 얘기할 게 아니라 미래를 얘기하는 책임 있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청산은 좋은데 청산을 하고 우리가 다 죽을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 전 수석은 여권을 향해 “‘적폐’의 뜻은 쌓이고 쌓인 폐단이란 뜻인데 민주당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집권한 정당 아니냐”며 “오늘날 불공정·불평등·양극화 문제에는 민주당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촛불이 낳은 (문재인) 정권이라고 하지만 여소야대를 만들어 놓고 ‘협치’를 하라는 총선 민심도 잘 받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전 수석은 특히 한반도 정세를 거론하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하고 한반도 안보 불안을 이유로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불참을 고려하는 나라도 있다는데 정치권은 안보 위기를 해소할 생각은 안 하고 ‘적폐청산’이니 ‘원조적폐’니 하며 적폐 얘기만 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둘 모두 “소모전은 안 돼”=두 전직 청와대 정무수석은 논쟁이 소모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유 전 수석은 “건국절 논란(건국일이 1919년이냐 1948년이냐) 같은 건 지금 정치권이 벌일 이유는 없다. 그런 건 역사가들에게 맡기면 될 일”이라며 “불필요한 과거사 논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도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로 저렇게 난리를 치는데 과거사 문제로 우리끼리 싸우는 건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국민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정치가 돼야 한다”고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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