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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키워드, 민생 → 적폐청산 무게중심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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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긴급진단 │ 과거사 전쟁에 빠진 정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한 이후 9월 28일까지 미국·독일·러시아 방문을 제외하고 133회의 공식 일정을 치렀다.

문 대통령 일정·메시지 분석 #청와대 회의 등 53회 일정 발언 중 #적폐청산 19%, 북핵 11%, 경제 9% #이달 들어 경제·민생 발언 늘어나 #혁신성장, 주요 성장담론으로 강조

문 대통령의 일정과 메시지를 살펴보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발목이 잡혀 초기에 드라이브를 걸려고 했던 일자리 창출 등의 행보는 줄어들고, 그 사이 ‘적폐 청산’과 관련한 일정과 메시지는 늘어 왔음이 드러난다.

문 대통령이 수행한 133개의 일정 가운데 청와대 경내에서 치러진 각종 회의, 임명장 수여식 등의 업무 53회(39.8%)를 제외하곤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안보 일정(31회·23.4%)이 가장 많았다. 다음은 기념식과 부처 업무 보고 등 정부 행사(23회·17.3%)였고, 민생 탐방 행보 10회(7.5%), 일자리 창출 등 경제 관련 일정 8회(6.0%), 여야 대표 회동 등 대(對)국회 업무 8회였다.

부처별 적폐청산관련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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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일정의 경우 5~9월 취임 내내 일정이 고르게 분포해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국민 목소리를 듣기 위해 시작한 ‘찾아가는 대통령’ 시리즈와 같은 민생탐방 행보는 5~6월에 집중됐다. 대선 1호 공약이었던 집무실 내 일자리 상황판 설치 등 일자리 창출과 경제 관련 행보 역시 5~7월에 몰려 있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청와대 경내 회의(53회) 등의 일정 때 어떤 키워드를 내놓았는지 살펴봤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국무회의 등 각종 회의와 장관 등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간담회 등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 중에는 적폐 청산과 관련 있는 부처 개혁 및 부정부패 척결 등이 10회(18.9%)로 가장 많았다.

지난 6월 1일 서훈 국가정보원장 임명장 수여식을 시작으로 공정거래위원장, 교육·국방·법무·국방장관,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장 수여식 등에서 문 대통령은 당면한 과제로 해당 부처의 개혁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16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블랙리스트 등 여러 정치적 난맥 속에서 문체부 내부도 제대로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5일 김명수 대법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도 사법개혁을 강조했다. 지난 26일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 대통령이 제1순위 과제로 당부한 것도 권력형 부정부패의 척결이었다.

문 대통령이 부처 개혁 및 부패 척결 다음으로 자주 언급한 내용은 북핵(6회·11.3%)이었다. 일자리 및 경제성장과 관련한 발언(5회·9.4%)은 셋째였다. 넷째는 인사 문제(4회·7.6%)로 나타났다.

이런 경향은 문 대통령이 지시한 7차례의 대통령 업무지시와도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의 1호 업무지시는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이었다. 그러나 그 뒤부터는 국정 역사 교과서 폐지 및 5·18 기념식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2호),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3호), 세월호 참사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4호), 돈봉투 만찬 감찰 지시(5호), 4대 강 정책 감사 지시(6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7호)등이었다. ‘적폐 청산’의 맥락에 있는 지시가 상당수였다.

다만 이달 들어 경제나 민생에 관한 발언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다음달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을 의결하며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내수 진작을 당부했다.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는 ‘소득 주도 성장’보다 덜 주목해 왔던 ‘혁신성장’을 새 정부의 주요 성장담론으로 강조했다. 혁신성장은 벤처 창업, 신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의 ‘파이’를 키우자는 의미다. 여권 관계자는 “혁신성장은 문 대통령이 적폐 청산 국면에서 미래 먹거리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 민생행보로 되돌아가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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