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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취약해지는 한국 금융시장 ‘이상징후’…안전망은?

중앙일보

입력

“외국인의 국내 증권 투자 매도세는 일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발언이 무색하게 금융시장의 출렁임은 가라앉지 않았다. 외국인은 이날도 1060억원 한국 주식을 팔고 떠났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이 장기화하면서 준안전자산으로서 원화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며 “2015년 원화 채권을 꾸준히 매수해온 외국의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장기 투자자의 자금 수요 이탈이 지속할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모두 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이 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다가와 이야기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모두 발언을 마친 뒤 기자들이 나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다가와 이야기 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사이의 ‘말 전쟁’ 강도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외국인 대탈출이다.

1400조원으로 차오른 가계부채, 지지부진한 경제 성장, 꽉 막힌 소비와 투자까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외국인 시각이 지정학적 위험과 맞물려 한층 부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징후다.

외국인 이탈 충격을 막아낼 외환 방파제는 크게 세 가지다.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그리고 통화스와프(맞교환)다. 외환보유액은 올 8월말 3848억4000만 달러(약 442조원)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올해 1~6월 쌓여있는 경상수지도 435억2760만 달러에 이른다. 한국은 호주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 등과 총 1168억 달러 규모(다자간 협정 포함)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다.

하지만 10일로 다가온 3600억 위안(약 62조원) 규모 한ㆍ중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이 불발에 그치면 충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한ㆍ일 통화스와프 중단 때와는 다른 대외 여건 탓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외환보유액이나 경상수지 규모는 시장 충격을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면서도 “경제의 가장 큰 기반(펀더멘털)이라고 할 수 있는 가계와 정부가 부실해지고 있는데 두 축이 무너지면 한국은 이전보다 더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이런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와 지정학적 위험이 겹치며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제 시간과의 싸움이며 펀더멘털을 복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짚었다.
조현숙ㆍ이새누리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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