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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대사 내정자가 충북도청에서 기자간담회 한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노영민 주중대사 내정자가 28일 충북도청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노영민 주중대사 내정자가 28일 충북도청을 방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

노영민 주중국 대사 내정자가 2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자간담회가 열린 장소가 충북도청이라는 점이었다.

노영민, 주재국 동의 절차 끝난 뒤 처음으로 포부 밝혀 #옛 지역구에서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 대거 대동 #"외교관 신분, 국내정치적으로 활용" 오해 소지 #내정자 신분으로 정상회담 기정사실화 언급도 '부적절'

중국 정부는 최근 노 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주재국의 임명 동의) 절차를 끝냈다. 노 내정자는 아그레망을 받은 뒤 처음 언론에 입장을 밝히는 장소로 충북도청을 택한 것이다.

이는 그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17·18·19대 국회의원을 지낸 노 내정자의 지역구가 충북 청주시(흥덕을)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도 지냈다.

하지만 주중 대사 임명 소회를 밝히는 첫 장소로 자신의 국내정치적 기반으로 볼 수 있는 지역을 택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공무를 맡는 외교관 신분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일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노 내정자는 외교부 출입기자단과는 29일 만날 예정이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입장을 묻자 “지금은 외교관이라서 당적도 없다. 당분간은 정치에 손을 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행동은 말과 달랐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민주당 인사들을 함께 데리고 와 간담회를 했기 때문이다. 현장에는 정정순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이광희 충북도의원, 연철흠 충북도의원이 있었다. 모두 출마 선언을 한 정치인들이었다.

노 내정자는 또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임명 절차에 대해 “국무회의에서 의결이 되면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고, 국무회의 의결된 날이 주중 대사”라며 “신임장 제정은 세리머니”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그를 주중 대사에 임명하는 인사 발령 안을 심의 의결했다.

하지만 사실 임명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아직 주중 대사 발령도 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신임장을 받아야 발령 절차가 마무리된다. 그가 ‘세리머니’라고 표현한 신임장 제정도 형식적 절차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신임장을 주재국인 중국 정부에 제정해야 비로소 주중 대사로 공식 활동할 수 있다. 신임장 제정 일정을 잡아주지 않는 식으로 상대국과 기싸움을 하는 주재국들도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그는 아직 내정자 신분이다.

그런데 한·중 정상회담 일정이 잡혔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야기 중”이라고 답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갈등과 관련해서는 “양국의 긴장이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결정적인 계기는 정상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정자가 부임하기도 전에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한 발언을 하는 것은 외교 관례에 어긋난다는 분석이 외교가에선 지배적이다.

그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묻자 “첫번째로 기업 내부의 경쟁력이 필요하다.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업들도 있다”고도 말했다. 야당의 한 인사는 “한국 기업이 힘든 이유로 중국의 부당한 조치가 아니라 우리 기업의 내부 경쟁력을 먼저 탓하는 듯한 발언은 주중 대사로서 맞지 않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유지혜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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