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화이트 리스트'에 들어간 8개 국가는...한국은 과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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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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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와 관련된 숫자들을 보자. 연결되는 연선 국가는 69곳. 많게는 100곳으로 보기도 한다. 일대일로에 세계 인구의 68%가 몰려 산다. 46억명이다. GDP는 전 세계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멍펑차오 중국 철도 건설공사 의장은 “중국은 7만km 이상의 철도를 놓고 있으며 해저 수로까지 파고 있다"고 언급했다. [출처: 차이나랩]

일대일로와 관련된 숫자들을 보자. 연결되는 연선 국가는 69곳. 많게는 100곳으로 보기도 한다. 일대일로에 세계 인구의 68%가 몰려 산다. 46억명이다. GDP는 전 세계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길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멍펑차오 중국 철도 건설공사 의장은 “중국은 7만km 이상의 철도를 놓고 있으며 해저 수로까지 파고 있다"고 언급했다. [출처: 차이나랩]

9월 11일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 2회 홍콩 일대일로 서밋에 차이나랩이 참석했다. 일대일로가 사업 기회를 주는 것은 분명하다. 주요 통계를 보자.

일대일로 국가들에 세계 인구 68% 몰려살아 #GDP 30%차지...일대일로 잡아야 사업기회 생겨 #일대일로, 이웃이라고 다 같은 대접 아냐 #69개 국가 중에 8개 국가 우선시...한국은 없어

<일대일로 주요 통계>

참여국: 69개국~100여개국
인구: 46억명(전 세계의 68%)
GDP: 20조 달러 (전 세계의 33%)
중국의 직접 투자액: 190억 달러
39개의 루트가 중국의 고속철로 연결
중국&일대일로 국가들과의 수출-수입 규모: 9535억 달러
(전체 수출입의 25.9%)
스테판 필립스 홍콩 투자청 대표는 "일대일로의 경우 연선국가의 인구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60% 이상인데 GDP는 30%에 불과하다"면서 "이 갭을 메우는 것으로 상업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테판 필립스 홍콩 투자청 대표 [출처: 차이나랩]

스테판 필립스 홍콩 투자청 대표 [출처: 차이나랩]

그런데, 과연 모든 국가들이 일대일로에서 과실을 누릴 수 있을까. 행사장에서도 미묘한 기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여러 국가들의 이름이 적힌 피켓. 아랍에미리트 대표단을 위한 자리는 두 줄 이상 비워져 있었다. 일본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전면적으로 나서진 않았지만 일본 대표단을 찾는 피켓도 보였다. 동남아 경제를 뒤에서 주름잡는 일본의 실력이 보이는 장면이었다. 한국은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다.  

중국이 69개 연선 국가를 같은 선상에 놓지 않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닿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2회 홍콩 일대일로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빈센트 로 홍콩 무역발전국 대표는 "8개 국가가 특히 우선적으로 눈에 들어온다"면서 이름을 언급했다. 그는 "69개 국가에서 40여억명의 사람들이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를 정하는 게 관건"이라 말했다.
8개 국가 중 동남아시아 3개 국가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다. 필리핀처럼 미국과 가깝지 않으면서 캄보디아나 라오스, 미얀마, 말레이시아처럼 규모가 작지도 않다. 일정 인구 이상이 되면서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우등생들을 고른 것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적 뿌리가 비슷하고 태국과 인니에는 화교들이 줄줄이 포진한 것도 중국의 일대일로 '화이트' 리스트에 들어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일대일로 연선국가인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이 부스를 설치하고 차이나 머니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2400명이 참석한 홍콩 일대일로 포럼엔 올해에는 3000명 이상이 와 규모 측면에서도 커졌다. [출처: 차이나랩]

일대일로 연선국가인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이 부스를 설치하고 차이나 머니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2400명이 참석한 홍콩 일대일로 포럼엔 올해에는 3000명 이상이 와 규모 측면에서도 커졌다. [출처: 차이나랩]

중동에선 2개 나라가 꼽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였다. UAE 대표단의 좌석이 유독 지정석으로 놓인 것도 이해가 갔다. 동유럽에선 3개 나라였다. 체코, 폴란드, 헝가리가 그 주인공이었다. 상대적으로 분쟁 가능성이 적은 국가들,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국가들이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차이나랩이 취재했다. [출처: 차이나랩]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차이나랩이 취재했다. [출처: 차이나랩]

이같은 8형제국에 대한 고려는 참석자 명단에서도 드러났다. 주요 세션의 연사들은 태국, 아랍에미리트, 러시아, 지부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손님들이었다. 중국이 중시하는 진주목걸이 전략에서 요충지인 아프리카 지부티 항구 때문에 지부티에서도 포럼에 연사를 보냈다. 동남아 국가 중에는 태국의 존재감이 특히 강했다.

빈센트 로는 일대일로 국가들 중 8곳을 언급하면서 &#34;리스크 매니지먼트나 금융을 비롯해 정치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34;고 언급했다. 그는 &#34;일대일로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수익의 파이는 매우 큰데 우리는 현재 표면만 긁고 있을 뿐&#34;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빈센트 로는 그러면서 &#34;홍콩은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에게 상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라고 권한다&#34;고 덧붙였다. [출처: 차이나랩]

빈센트 로는 일대일로 국가들 중 8곳을 언급하면서 &#34;리스크 매니지먼트나 금융을 비롯해 정치적인 면도 고려해야 한다&#34;고 언급했다. 그는 &#34;일대일로가 가져다주는 경제적 수익의 파이는 매우 큰데 우리는 현재 표면만 긁고 있을 뿐&#34;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발전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빈센트 로는 그러면서 &#34;홍콩은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에게 상업적 마인드로 접근하라고 권한다&#34;고 덧붙였다. [출처: 차이나랩]

태국 외교부 차관 비라사키 푸트라쿨은 “태국은 홍콩의 2대 무역 상대국이다"면서 "홍콩과는 2020년까지 무역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은 홍콩에 120억 달러를 투자했고 더 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 외교부 차관 비라사키 푸트라쿨

태국 외교부 차관 비라사키 푸트라쿨

그는 "홍콩은 일대일로라는 벨트에서 '버클'역할을 한다"면서 "벨트는 무엇보다 버클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국기업들에게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물류 인프라, 정보망의 실크 로드를 놓을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유럽 3나라인 헝가리, 폴란드, 체코가 일대일로 우선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유스티나 스크르지드로 폴란드 건설부 차관. [출처: 차이나랩]

동유럽 3나라인 헝가리, 폴란드, 체코가 일대일로 우선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유스티나 스크르지드로 폴란드 건설부 차관. [출처: 차이나랩]

동유럽 3나라인 헝가리, 폴란드, 체코가 일대일로 우선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유스티나 스크르지드로 폴란드 건설부 차관. [출처: 차이나랩]

눈을 서쪽으로 돌리면 일대일로 8형제 국에서는 폴란드가 눈에 띈다. 폴란드는 유스티나 스크르지드로 건설부 차관을 보냈다.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는 "폴란드는 중국의 유럽 진출이 성공한 첫 사례"라고 일컬어질 정도다. 2016년에 시진핑 주석이 폴란드를 방문하면서 관계는 더욱 긴밀해졌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위치한 폴란드는 AIIB에도 적극 참여했다. 스크르지드로 차관은 "폴란드 기업들을 일대일로에 더 많이 참여시켜 건설에 나서게 하고 혜택을 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나마 금융 면에서는 한국이 일부 참여하는 분야가 있다. 홍콩은 지난 2016년 7월 홍콩 인프라 금융촉진청(IFFO)를 발족했다. 홍콩 인프라 금융촉진청은 세계적 물류회사인 리앤펑 그룹의 빅터 펑이 고문으로 있으며 2017년 7월 기준 77개의 기업 및 은행 기관 등이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실크로드 펀드, 중국 아프리카 개발펀드 등이 주요 참여주체다. 제너럴 일렉트릭 등 사기업도 있고 캐나다 온타리오 사학연금, 캐나다 연기금 등 굵직한 연기금도 발을 담그고 있다. 미쯔비시, 미쯔이 물산, 미즈호, 일본 회사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국민연금이 이름을 올렸다.

연선국가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어

"값싼 중국인 노동력 들어와 우리 일자리 빼앗는다"

"헝가리 철도 타당성 조사하니 240년 걸려...유럽연합은 중국과의 무역적자에 고민"

일견 장밋빛 계획으로 보이는 일대일로이지만 넘어야 할 산도 물론 있다. 국가간에 미묘하게 작용하는 알력, 일하는 방식의 차이, 언어 문제까지. 69개 국가의 국익을 조율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연결성의 이면에는 테러 사건 같은 뜻밖의 암초도 있다. 자국민이 희생되는 일도 발생하기 때문에 중국도 일대일로와 관련된 리스크를 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멍펑차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선 안전상의 문제도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 철도국영기업이 말리에 철도를 놓기 위해 중국인 직원을 파견했다가 희생을 당한 적도 있고 아프가니스탄에 1년 이상 중국인 직원이 억류되기도 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유럽연합은 유럽연합 대로 고민이 많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흑자가 거의 없는데다 자칫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잃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고민도 하고 있다. 20년 이상 아시아를 담당해온 슬로베니아 매체 델로의 소라나 바코빅 아시아특파원은 "슬로베니아 회사들이 중국에서 생산을 하고 자국에서는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감정이 최근 일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에도 중국과의 무역에서 불만을 표시하곤 한다. 적자를 오랫동안 보고 있기 때문이다. 8형제 국가 중 하나인 헝가리 역시 일대일로와 관련된 고민을 안고 있다. 헝가리 언론인 HVG의 야노스 몰나르 시니어 에디터는 일대일로가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유럽 국가들의 우려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헝가리도 일대일로 국가에 포함되어 있고 철도를 짓는 프로젝트가 있다"면서 "문제는 이것이 대출로 이뤄지며 중국의 투자금은 아니라는 점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타당성조사 결과 240년이나 지나서야 수익성이 생긴다는 결과가 도출돼 헝가리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헝가리의 우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헝가리는 나토 회원국이자 유럽연합 가입국이다. 그는 "일부 헝가리 정치 지도자들이 중국의 넘쳐나는 자금을 끌어들이려 하다가 그걸 자기 주머니에 넣을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투명한 유럽연합의 기준과 달리 차이나머니를 받으면 부패로 연결되기 쉬울 것이라는 우려인 셈이다.

차이룰 떤중 인도네시아 CT그룹 회장은 “중국이 너무 공격적으로 임하게 되면 다른 국가들의 협력을 도출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커스 말레이시아의 리사우하 기자는 "말레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데 일대일로를 강조하는 이유가 말레이시아에 곧 총선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란 이야기가 들린다"고 언급했다. 연선국가들의 우려에 대해 에드먼드 야우 홍콩 상무경제발전부 장관은 “모든 비즈니스에는 리스크와 우려가 따른다"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고 설명했다.

홍콩 차이나랩=서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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