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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가 흔드는 '고이케 쇼크'... 야당 '존립'까지 흔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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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가 27일 창당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의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가 27일 창당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의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을 리셋(Reset)하기 위해 ‘희망의 당’을 일으키겠다.”

고이케 대표 '희망의 당', "일본 리셋" 선언 #현역 의원 23명 가세, 전국 100명 후보 목표 #민진당, 자유당과 야권통합 논의 속도 #'희망의 당'까지 결집 땐 정권교체 가능 분석도

‘고이케 쇼크’가 일본 정가를 흔들고 있다. 27일 오전 열린 ‘희망의 당’ 창당 기자회견에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대표가 내세운 건 ‘일본 리셋’이었다.

고이케 대표는 “지금 이 시기에 일본을 리셋하지 않으면, 국제간 경쟁, 일본의 안전보장 등을 충분히 지켜낼 수 없을 것”이라면서 “’희망의 당’은 관용적인 개혁정신에 불타는 보수의 새로운 정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얽매임 없는 정치, 대담한 개혁을 해나가겠다”며 기성정치를 타파할 ‘개혁 보수’임을 자임했다.

고이케 대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중의원 해산 방침 발표에 대해 "북한이 이런 상태인 시기에 정치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 좋을 리가 없다"며 '반(反) 아베' 색깔도 드러냈다.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가 27일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가 27일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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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엔 ‘희망의 당’을 지지하는 현직 국회의원 14명이 함께 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들을 포함해 ‘희망의 당’에 참여의사를 밝힌 인사는 2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엔 현직의원이 12명, 원외지만 공천이 내정된 인사도 11명이나 된다.

고이케 대표의 측근인 와카사 마사루(若狭勝) 중의원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고이케 대표 기자회견 이후) 여러 곳에서 입후보를 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우리 생각을 이해해주는 형태의 후보 옹립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창당 기자회견을 계기로 ‘희망의 당’ 참여자는 급속하게 불어날 전망이다. 전 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거나 이름이 조금이라도 알려진 전·현직 의원들이 조만간 ‘희망의 당’에 가세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은 ‘희망의 당’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에게 결집을 호소해 전국적으로 100명이상의 후보자를 내세울 방침이라고 전했다.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 창당 기자회견 (2017/09/27)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 창당 기자회견 (2017/09/27)

반면 ‘희망의 당’ 창당의 충격파로 야당은 당의 존립마저 흔들리고 있다.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민진당은 ‘발전적 해체’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유노키 미치요시(柚木道義) 등 민진당 의원들은 ‘희망의 당’ 등 자민당 이외의 정당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발전적 해체’ 등의 방안을 담은 의견서를 당 본부에 제출했다.

민진당은 우선 자유당과 합당 내지는 협력을 한 뒤, ‘희망의 당’ 측과도 선거구별로 후보자 조정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해서라도 여당인 자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나온 구상이다. 민진당의 최대 지원단체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맹)가 “신당과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며 압박하는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산당을 제외한 야당세력을 결집하면 여당에 대항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정권교체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

마에하라 세이지 민진당 대표

다만 고이케 대표 측이 민진당과의 협력 방안에 신중한 입장이고, 민진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센 실제 성사 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 ‘희망의 당’ 측은 이번 선거에서 ‘개혁 보수’를 내걸고 있는 만큼 '비(非) 자민, 비(非) 민진’ 구도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민진당 대표는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는 28일 당의 진로에 대해 밝힐 것으로 보인다. 마에하라 대표는 전날 오자와 이치로(小沢 一郎) 자유당 대표와 만나 당 합류 방안을 논의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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