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100대 놓고 ‘IP우회’ 네이버 검색어 조작 일당 적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포털사이트 이미지. [중앙포토]

포털사이트 이미지. [중앙포토]

IP(인터넷 프로토콜, 인터넷상의 주소에 해당)를 변조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검색어 순위를 조작한 전직 프로게이머 출신 등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신봉수)는 프로게이머 출신인 조작업체 대표 장모(32)씨와 대표 이모(34)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직원 A(30)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음식점, 병원 등 의뢰로 순위 조작 #38만회 검색 조작, 33억 범죄 수익 #영업팀, 개발팀, 조작팀 나눠 운영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7월부터 네이버의 IP 필터링을 회피하는 IP 조작프로그램과 100여 대의 PC, 스마트폰을 이용해 특정 검색어를 반복적으로 조회해 검색어 순위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38만회에 걸쳐 133만개의 검색어를 조작했고 범죄수익은 33억50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범죄수익으로 부산 지역에 3층 규모 빌딩을 세우기도 했다. 직원 10여 명을 두고 영업팀, 조작프로그램 개발팀, 검색어 조작팀 등 업무를 나눠 검색어를 조작했다. ‘고객’은 주로 음식점, 성형외과ㆍ치과 등 병원, 학원 등 업체였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검색창에 ‘부산 00동 맛집’을 치면 연관 검색어에 특정 음식점이 노출되거나 관련 검색어, 게시글이 상위에 노출되는 방식이었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는 특정 IP에서 기계적이고 의심스러운 활동이 발견될 경우 차단하는 IP 필터링 시스템을 운영한다. 하지만 이들이 개발한 IP 조작프로그램은 특정 컴퓨터에서 반복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해도 필터링을 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들은 또 검색어 조작이 꼬리를 밟힐 것을 우려해 다른 명의의 업체 두 개를 등록해 운영했다. 음식점이나 병원 등에 업무제안서를 보내 홍보를 하고, 세금 신고도 하면서 평범한 인터넷 업체인 것처럼 위장해 활동했다.

검색어 조작 과정에선 조작 업체와 음식점 등 의뢰자를 연결시키는 중개업자들도 관여했다. 검찰은 2억원이 넘는 계약을 중개한 업체도 포착해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수익이 많아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다. 돈을 벌고 조만간 사업을 접을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개인 재산, 법인 명의 재산 등을 추징해 범죄수익을 몰수하고 기업적으로 활동하는 검색어 조작사범들을 집중 단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