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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추천 부모님 건강 챙기기③치매

중앙일보

입력

기억력이 떨어지면 치매인가요

치매 환자를 보는 이재홍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노년에 기억력 장애는 매우 흔한 문제입니다. 물건 둔 곳을 잊어버리고, 약속을 깜빡 잊고, 손자·손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애먹은 적이 누구나 있을 겁니다. 이런 게 단순 건망증이 별 문제 없겠지요. 그게 아니라 치매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닙니다. 기억력이 떨어질 때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공간지각력·계산능력·판단력이 모두 떨어져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집니다.

 그래픽=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건망증은 치료할 필요가 없지만 치매는 반드시 관리해야 합니다. 중앙일보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꼽은 세번째 체크리스트 질환은 치매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이재홍 교수의 도움말로 부모님 치매를 살피는 요령과 예방법을 알아봅니다.

뇌손상으로 기억력·판단력·계산력 떨어져 #건망증과 달리 힌트 줘도 최근 일 기억 못해 #고혈압·만성질환 관리하고 30분 걷기 생활화 #일상생활 문제 오기 전 '경도인지장애' 때 치료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

나이 들어 기억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기억력 장애 원인은 단순 노인성 건망증, 가짜(가성) 치매, 치매 등 세 가지다. 건망증은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경우 기억력만 줄고 판단력·계산능력 등 다른 인지기능은 유지된다. 시간이 흘러도 기억력이 나빠지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가성치매는 보통 우울증 때문에 생긴다. 삶에 의욕이 없어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기억력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기억력을 포함해 인지기능이 떨어지지만 뇌 손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우울증약을 먹거나 상담을 받으면 기억력도 정상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치매다. 치매는 뇌 손상 때문에 발생한다. 처음에는 기억력 장애가 나타나고 시간이 흐르면 계산능력·판단력 등 다른 인지능력까지 떨어진다. 결국 혼자 생활하기 불가능한 수준까지 악화한다.
서울 서남병원에서 치매 환자가 미술치료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서울 서남병원에서 치매 환자가 미술치료를 하고 있다.[중앙포토]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할 수 있나.
옆에서 힌트를 줘도 과거 사건을 기억하지 못하면 치매다. 단순 노인성 건망증일 땐 자세한 부분까지는 기억 못해도 전체적인 사건은 아는 경우가 많다. 예컨데 부모님 생신을 맞아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 왔다고 하자. 이를 기억 못하는 부모님께 "생신 때 강원도 다녀 왔었잖아요"라고 힌트를 줄 때 “아 맞다. 바다도 보고 회도 먹었지” 라고 답하면 건망증이다. 반면 "언제 여행을 갔었나. 그런 적이 없는데"라고 하면 치매일 가능성이 크다. 치매일 때는 최근에 경험한 사실이 아예 뇌에 저장되지 않는다.
추석은 부모님 건강 챙길 때

치매는 왜 생기나.
첫째,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세포막에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물질이 쌓이면서 발생한다. 뇌 신경세포의 연결이 끊어지고 뇌세포가 파괴된다. 왜, 어떤 사람에게 알츠하이머 치매가 생기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둘째, 혈관성 치매다.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뇌가 손상 받으면 뇌기능이 떨어져 치매가 온다. 뇌혈관질환의 합병증이라 할 수 있다.
늘어나는 치매 환자 [자료 중앙치매센터·보건복지부]

늘어나는 치매 환자 [자료 중앙치매센터·보건복지부]

두 치매의 차이점은.
혈관성 치매는 ▶증상이 갑자기 시작되고 ▶증상이 좋았다 나빠졌다를 반복하며 ▶고혈압·당뇨병 환자에게 잘 생긴다. 반면 알츠하이머 치매는 언젠지 모르게 서서히 시작해 점차 진행하는 특징이 있다. 신체 마비 등 혈관성 치매에 나타날 수 있는 증상도 알츠하이머 치매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치매 자가 진단표

치매 자가 진단표

기억력 장애를 치료할 방법은 없나.
건망증은 대부분 치매로 발전하지 않아 특별히 치료할 필요가 없다. 삶에 의욕을 갖고 적극적인 태도로 생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는 적절한 심리상담과 우울증약을 먹으면 좋아진다. 치매도 치료를 통해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혈관성 치매일 때는 아스피린·쿠마딘 같은 항혈전제를 써서 뇌졸중을 예방하면 치매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일 때도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채워주는 약물을 쓰면 증상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기억력 장애를 예방하는 방법은.
기억력 장애·치매는 성인병의 연장선에 있다.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있으면 혈관성 치매는 물론 알츠하이머 치매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가 많다. 음식을 골고루 먹고, 금연·금주하며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매일 30분씩 걸어도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기억하려고 노력하면 뇌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아 뇌가 건강해진다. 예방만큼 치매를 조기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인지기능의 장애만 있고 일상생활은 가능한 상태) 때 치료해야 효과가 크다. 혼자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면 뇌신경세포의 60~70%가 손상된 때다. 어떤 치료를 해도 이 때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서울아산병원 권고 체크리스트 10>
①심장·혈관(심장내과 이승환 교수)
②뇌졸중(신경과 권순억 교수)  
③치매(신경과 이재홍 교수)
④귀(이비인후과 안중호 교수)
⑤눈(안과 김명준 교수)
⑥무릎관절(정형외과 이범식 교수)
⑦임플란트(치과 안강민 교수)
⑧잇몸병(치과 김수환 교수)
⑨만성질환(노년내과 이은주 교수)
⑩건강한 노년을 위한 운동(재활의학과 김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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