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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10명 중 1명, “메시지 못 받은 척 한다”

중앙일보

입력

대기업 3년 차 직장인 김모(30)씨는 매일 오전 7시까지 회사로 출근한다. 정해진 출근 시간은 8시이지만 같은 부서에 있는 상사들이 7시30분까지 오기 때문에 자연스레 형성된 ‘막내급 사원 출근 시간’이다. 퇴근은 오후 7시쯤인데 상사들이 “대기업 중에 우리 회사처럼 퇴근 시간 이른 경우도 별로 없다”고 할 때마다 울컥하는 마음도 든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가 가장 힘든 건 퇴근 후 자주 오는 카카오톡(카톡) 지시다. 김씨는 “업무 시간이 지났는데 부당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친구를 만나거나 헬스장에 가서도 카톡이 오진 않았나 확인하게 되는 게 참 싫다”고 말했다.

직장인 절반, 업무 시간 외 지시 받는데 #10명 중 4명 시간 외 지시 따르지 않아

카톡 등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업무 시간 외 지시’를 받는 직장인이 많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26일 시장조사기관 두잇서베이와 함께 성인 38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1%가 ‘업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35.5%는 ‘휴가 중에도 업무 지시를 받았다’고 답했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들의 대처 방법은 다양했다. 절반 이상인 56.7%가 ‘메시지를 읽고 바로 업무 지시를 따랐다’고 했지만, 30.4%는 ‘다음날 지시를 따르는 등 업무 시간 외에는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답했다. 12.6%는 ‘메시지가 온 것을 모르는 척 혹은 못 받은 척 연기했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꼴로 지시를 따르지 않는 편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에선 업무 시간 외 문자나 카톡 지시 등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퇴근 시간 이후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이른바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지난 8월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을 공수처 설치 등과 함께 국민의당이 집중할 43개 중점법안에 포함시켰다고 24일 밝히기도 했다.

업무 시간 외 지시에 지친 직장인들은 퇴근 후 카톡 금지법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다. 인크루트가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65.9%가 ‘퇴근 후 카톡 금지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3.7%였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 [중앙포토]

임지훈 카카오 대표. [중앙포토]

이용자가 많은 카카오톡이 업무 시간 이후 지시의 상징으로 계속 언급되자 카카오측이 난처한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퇴근 후 (모바일 메신저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주제다. 그런데 문자, 이메일, 전화, 타 메신저 등 다른 수단들도 많다. 카카오톡 기능 하나 추가하고 빼는 (그런) 이슈가 아니다. 조직의 일하는 방식의 문제다”고 말했다.

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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