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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104만명, 회사가 보험료 안 내 노후연금 손해

중앙일보

입력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근로자가 내는 국민연금 보험료(소득의 4.5%)는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원천징수 된다. 회사가 여기에다 사업주 부담금(4.5%)을 더해 건강보험공단에 내야 한다. 직장인들은 월급에서 원천징수되면 보험료를 낸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회사가 이 돈을 안 내고 체납한다면? 근로자는 체납자가 된다. 체납 기간 만큼 보험료를 안 낸 것으로 처리돼 가입 기간 인정을 못 받게 된다. 노후에 받는 국민연금 액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런 처지에 놓인 근로자가 100만명이 넘는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뉴스1]

윤소하 정의당 의원[뉴스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건강보험공단의 체납자료를 분석한 결과, 7월 말 현재 49만5000여개 사업장이 2조902억원의 보험료를 안 낸 것으로 나왔다고 26일 밝혔다. 세부 내용은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이 분석했다.

국민연금 체납 사업장

국민연금 체납 사업장

 건보공단은 체납자가 생기면 한 달의 '납기 후 납부 기간'을 준다. 여기까지 완납 기간으로 인정한다. 그 이후 체납하면 근로자에게 통지한다. 이렇게 체납 통지를 받은 근로자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4만1774명이다. 매년 100만명가량의 근로자가 이런 처지에 놓인다.

국민연금보험료 체납 근로자

국민연금보험료 체납 근로자

 노후 국민연금 액수는 가입 기간과 소득에 따라 결정된다. 가입 기간이 짧으면 연금이 줄어든다. 100만명의 근로자가 이런 피해를 본다. 오건호 위원장은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미 보험료가 원천징수됐고 사업주 귀책사유로 인해 체납자가 됐는데, 억울하게 연금에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업주 귀책사유로 체납자가 되더라도 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은 혜택을 본다. 의료·실업급여 등의 혜택을 보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데 국민연금만 억울한 일이 발생한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건보·고용보험 등은 단기 보장 보험이어서 체납자라고 해서 당장 보장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연금은 노후에 연금을 받는 장기 보험이라는 차이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88년 국민연금을 도입할 때부터 법률에 규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제 장치 비슷한 게 있긴 하다. 근로자가 나중에 체납기간 보험료(4.5%)를 낼 경우 가입 기간을 절반 인정 받는다. 가령 1년 체납기간 보험료를 낸다면 6개월 인정 받는다는 뜻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과거에 회사가 절반의 보험료를 원천징수했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또 절반을 냈는데도 완납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나중에 개별적으로 납부하는 사람이 지난해 162명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139명이었다.
윤 의원은 “고용상태가 불안정하고 비정규직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낮은 임금, 짧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해 노후 국민연금 액수가 줄어들고 노후빈곤을 겪을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사업주의 보험료 체납 여부와 무관하게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고용관계를 맺고 일한 기간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체납 사업장 보험료 징수를 강화하고 체납 사업주 명단 공개 요건을 '납부 기한 2년 경과, 체납액 5000만원 이상'에서 '1년, 1000만원'으로 낮추자고 제안했다.
또 임금채권기금 지원을 검토하자고 권고했다. 기업의 도산 등으로 사업주가 임금·퇴직금을 지급하기 곤란할 경우에 대비해 임금채권보장기금이 조성돼 있다. 이 기금의 규모는 2015년 9178억원이다. 2019년 2조1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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