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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외동딸 죽음과 함께 김광석 자살 미스터리 재점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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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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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1월 세상을 떠난 가수 김광석의 외동딸이 10년 전 사망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해온 '자살 아닌 타살설'에 한층 불이 붙는 모양새다. 특히 김광석의 외동딸은 유족 간의 오랜 다툼 끝에 2008년 나온 대법원 판결 등에 따라 김광석의 음악 저작권(작사·작곡가가 갖는 권리)과 저작인접권(음반제작자 등이 갖는 권리)의 상속자여서 더욱 관심이 모이고 있다.

김광석은 '딸 바보'였다. 지갑 속에 항상 딸 사진을 넣고 다녔고, 3집에는 자장가를 두 곡이나 수록하며 부성애를 드러냈다. 지난해 4월 열린 20주기 추모전에도 김광석이 딸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다수 전시됐다. 당시 공개된 1994년 공연 육성에서 김광석은 '자유롭게'란 노래를 소개하며 "제 딸아이를 제 손으로 받았다.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출근을 안 해 제가 받았다. 그날 오후에 밖에 나갔는데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쉽게 안 보이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수 김광석.

가수 김광석.

김광석의 죽음에 대한 관심은 지난달 30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김광석'(이상호 연출)이 재점화시켰다. MBC 기자 출신으로 '다이빙벨'을 만들었던 이상호 기자는 이 다큐를 통해서 자살로 알려진 가수 김광석의 죽음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나아가 유력한 용의자로 부인 서 모씨를 지목했다.  김광석의 죽음 직후부터 자살에 대한 의혹을 수년간 취재해온 이 기자는 당시 현장을 담은 VHS 테이프, 부인 서 모씨와의 수차례에 걸친 인터뷰, 김광석의 마지막 일기, 유족의 주장 등을 타살 의혹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 기자는 또 ^김광석이 전선을 세 번 목에 감아 자살했다고 했음에도 자국이 목 앞부분에만 있었고 ^메모광이었던 김광석이 유서나 메모를 남기지 않았으며 ^부인의 말이 수시로 바뀌었고 ^부인 증언과 달리 김광석에게 여자 문제가 없었으며 우울증 치료약도 발견되지 않았던 점 등도 자살이 아니라는 근거라고 주장했다. 영화에서 부인 서 모씨는 이 기자의 이런 의혹 제기를 전면 부인했다.

또 영화는 김광석 아버지와 부인 서씨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김광석 사후 음원저작권을 두고 일었던 김광석 아버지와 서씨와의 분쟁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김광석 아버지가 갖고 있던 음원 저작권을 서씨가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며, 결국 김광석의 딸에게 저작권이 양도됐으나 당시 미성년자인 딸 대신 서씨가 이를 관리했고, 딸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외에도 영화는 "부인이 김광석과 결혼하기 전, 이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9개월 영아를 살해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상호 기자는 지난달 3일 시사회에서 "경기도 모처 병원에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출산해 죽게 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1집 재킷 사진. 녹음 중 합류한 최형규가 함께 찍지 못해 6명이다. 오른쪽 셋째가 김광석.

1집 재킷 사진. 녹음 중 합류한 최형규가 함께 찍지 못해 6명이다. 오른쪽 셋째가 김광석.

영화가 개봉된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 김광석의 죽음을 재수사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반면 충격적인 타살 의혹을 제기했지만 의혹을 뒷받침해줄 명확한 팩트를 제시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결론을 몰고간 선정주의라는 비판도 함께 나왔다.

영화는 현재 누적 관객 4만7576명(19일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공소시효가 만료되더라도 새로운 단서가 발견될 경우 재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일명 '김광석법'을 9월 중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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