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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독점권한' 파괴 의미있지만…법조계 '3대 문제점'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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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18일 발표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검찰을 견제하는 첫 독립적 수사기구라는 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역사적인 측면에서는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논의된 뒤 20년간 끌어온 진보 정치권의 숙원이 풀린다는 점도 있다.

공수처, 검찰 견제 첫 독립수사기구 의미 #수사·기소·영장·공소유지…검찰과 동등 #"공수처 임기제, 정치 풍향에 취약한 구조" #"검찰과 달리 공수처 수사 견제 기능 없어" #"규모·인적구성, 초기 수사역량 미달 우려"

개혁위 관계자는 이날 “국정농단 사건, 검찰간부 비리사건 등에서 특별감찰관 제도 등 기존 제도가 고위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방지하지 못한 사실을 국민들이 다시 상기해줬으면 좋겠다”며 “특별감찰관,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권력에서 독립된 공수처 설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발족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위원들 모습. 강정현 기자

지난달 9일 발족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위원들 모습. 강정현 기자

개혁위의 ‘공수처’ 권고안은 대한민국 수사구조 체계에 대변혁을 예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대한민국의 모든 ▶수사(지휘) ▶(인신 구속·압수수색 등)영장청구 ▶피의자 기소 ▶재판에서의 공소 유지는 검찰의 독점 권한이었다. 경찰도 수사하지만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한다. 구속·압수수색·통신조회 등의 영장도 경찰은 검찰에 신청해 판단을 받고, 반려되지 않으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서 발부받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권고안에 따른 공수처는 검찰과 동등한 역할과 권한을 갖는다. 공수처 권고 법안 16조는 '공수처 검사의 직무'가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군사법원법 그 밖의 법령 중 검사와 군검사의 직무와 권한에 관한 규정을 공수처 검사에게 준용한다'고 규정했다. 수사 대상 범위가 고위공직자 ‘범죄’로 한정돼있는 것만 검찰과 다를 뿐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견제기구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동등한 권한을 주는 것이 맞다"며 "검찰을 견제와 감시라는 민주주의 본연의 틀로 끌고 들어와 수사 구조 체계를 재편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 재적 의원 일정 수의 연서(連署)로 공수처가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일부 의원 입법안에 있었지만 이번 권고안에서 빠졌다. 공수처 수사에 대한 입법부의 개입이 과도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발족하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사실상 무너진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중앙포토]

공수처가 발족하면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는 사실상 무너진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중앙포토]

하지만 우려도 크다. 법조계에선 크게 세가지 문제점을 거론하고 있다.
첫째, 공수처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임기제가 되려 '아킬레스건'이라는 지적이다. 권고안에 따르면 공수처장과 차장은 임기 3년, 특별검사는 임기 6년에 연임이 가능토록 했다. 처장과 차장이 중도에 낙마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전체 조직이 6년에 한번 물갈이 될 수 있다. 처장의 지위도 정권 교체기엔 위태로 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수처 권고 법안 6조는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를 국회에 두고, 위원 7인으로 구성'하도로 했다.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을 당연직 위원으로, 나머지 4인은 국회에서 추천해 선임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서정욱 변호사는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보장한 것 같지만 국회가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 지형이 바뀌면 공수처(장)의 운영 방침과 운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고쳐 검찰을 정상화하지 않고 또다른 검찰을 만든 건데 결국 운영의 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둘째, 공수처에 대한 견제 기능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검찰 수사는 총장이 책임진다. 수사가 논란이 되면 총장이 사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특정 사건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총장을 지휘해 개입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돼있다. 행정부의 외청(外廳) 지위를 갖고 있는 검찰이 행정권한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수처 수사는 처장의 책임만 유추할 수 있을 뿐 내·외부의 견제장치가 미흡한 상태다. 공수처 권고 법안 14조는 '공수처장이 국회에 출석해 답변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수사·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불출석할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앞으로 공수처는 정치권에서 입법 논의를 거치게 된다. 세부 내용에 차이가 있지만 이미 공수처 법안 3개가 의원 발의안으로 나온 상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법안은 86명이 공동 발의했다. 정의당 노회찬 의원 대표 발의안도 11명, 국민의당 양승조 의원 안도 10명이 참여했다. 여기에 개혁위의 권고안이 정부안으로 채택되면 법무부는 국회와 구체적인 입법 논의를 하게 된다. 법조계에선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있지만 나머지 당들이 세부 안에서 합의를 본다면 공수처 신설은 역대 어느 정권 때보다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민의당이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개개인의 자유 투표로 방침을 세우면 (공수처 법안 통과는) 낙관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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