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0점'은 줄 수 있었던 류현진의 PS '모의고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A 다저스 류현진 [LA 다저스 인스타그램]

LA 다저스 류현진 [LA 다저스 인스타그램]

포스트 시즌 '모의고사'를 잘 치렀다. 문제점도 파악했다.

100점을 줄 수는 없지만 80점 정도는 충분히 따낼 만한 호투였다.

류현진(30·LA 다저스)은 18일 미국 워싱턴D.C의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4와3분2이닝 동안 3피안타·2볼넷·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4회까지는 완벽했다. '왼손 투수 킬러'로 불리는 워싱턴 중심타선에도 밀리지 않았다.

최고 시속 149㎞의 직구에는 힘이 실렸다. 주요 레파토리인 체인지업과 커터의 구사도 효과적이었다. 타선은 선제점을 뽑아줬다. 수비수들의 도움도 있었다.

하지만 5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류현진은 5회 네 타자를 상대로 30개의 공을 던졌다. 특히 8번 타자 포수 맷 위터스에게 11개, 9번 투수 스테판 스트라스버그에게 9개의 투구수를 기록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전업 타자들 처럼 류현진의 빠른 공과 체인지업을 커트해 냈다.

류현진 투구 분석. 김원 기자

류현진 투구 분석. 김원 기자

류현진과 야스마니 그랜달, 배터리의 5회 볼 배합은 아쉬움이 남는다. 느린 커브를 유인구로 활용해 타자의 타이밍을 흐트렸다면 좀 더 빠른 승부를 펼칠 수도 있었다. 5회 류현진은 커브를 2개 밖에 구사하지 않았다.

워싱턴은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1위를 일찌감치 확정했다. 다저스가 포스트 시즌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류현진은 지난 6월 6일 워싱턴전에서 7이닝 7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두 번째 워싱턴전 등판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투구였다.

'빅게임 피쳐'라는 수식어도 아깝지 않았다. 류현진은 관심이 집중되는 중요한 경기에서 힘을 발휘한다.

이날 경기는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로 스포츠전문채널 ESPN을 통해 미국 전역에 생중계되는 빅매치다. 워싱턴과 다저스의 미리 보는 포스트 시즌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상대 투수인 워싱턴 선발 스트라스버그는 34이닝 무실점을 이어가며 올 시즌 강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떠오른 선수다.

또 류현진은 최근에 결혼 소식이 공개되기도 했다. 팀은 11연패 뒤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이래 저래 부담이 큰 경기였다. 하지만 류현진은 역시 대담했다. 이날 무실점 호투로 올 시즌 '선데이 나이트 베이스볼' 18과3분의2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아웃 카운트 한 개를 더 채웠다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 벤치는 기다리지 않았다. 선수 입장에서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다. 투구수가 98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류현진은 지난 2년간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하다 올 시즌 복귀했다. 아직 관리가 필요한 선수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