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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중국 기업, 북한에 미사일 물자 몰래 수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민간 기업이 북한에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몰래 수출했다고 아사히 신문이 북·중 무역에 정통한 북한 관계소식통을 인용해 18일 보도했다. 북한이 한ㆍ미ㆍ일 3국의 예측보다 빠른 속도로 핵ㆍ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데는 북한의 밀수와 해외 기업 해킹 등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사히, 북한관계 소식통 인용 보도 #“고속도로 건설 위한 공구로 위장해 #텅스텐과 알루미늄합금을 선박 수송”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16일 보도했다. [사진 평양 조선중앙통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 발사 장면을 16일 보도했다. [사진 평양 조선중앙통신]

 이에 따르면 북한과 거래 실적이 있는 한 중국 민간기업은 지난 4월쯤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고순도 텅스텐과 알루미늄 합금을 북한 중앙과학기술무역회사에 밀수출했다. 구체적 수출 경로와 물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 기업은 이들 금속을 고속도로 건설 공구용으로 위장해 선박으로 수송했다고 한다. 텅스텐은 강도가 높아 포탄류의 관통력을 높이게 된다. 알루미늄합금도 강도가 높고 가벼워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고 있다. 북한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제조를 위해 알루미늄합금을 러시아 등에서 수입한 바 있다. 북한 관계 소식통은 아사히에 “중국 측 실무 당국자가 (밀수출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군사 소식통에 따르면 대북 무역을 통해 핵ㆍ미사일 개발에 협력하는 중국 기업은 지난해 9월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삼은 랴오닝(遼寧) 성 훙샹(鴻祥)그룹 등 10여개에 이른다. 중국계 기업은 2011년 8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운반ㆍ발사용 대형특수차량 4대를 북한에 수출한 바 있다. 북한은 이와 더불어 1990년대 말부터 한ㆍ미ㆍ일 등 방위산업의 해킹도 시작했다. 5년 전에는 미국의 GPS(지구 위치확인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취득해 사전에 계산된 항로로 미사일을 유도하는 관성항법장치의 진전을 이뤘다고 한다. 북한이 지난 3월 개발에 성공한 신형 탄도미사일용 엔진은 우크라이나제와 외형이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 5월 북한의 핵ㆍ미사일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코리아 미션 센터’를 새로 발족시켰다. 아사히는 한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CIA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 주재 요원도 약 20명 증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주한미군 기지 안에 거점을 두고 한국 정부와 탈북자들로부터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정보 수집을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 민간기업의 북한에 대한 미사일 물자 밀수출 등으로 대북 정보 전략의 재검토가 필요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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