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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서 보여줬다, 손흥민 3단 활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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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25)은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의 ‘변신 로봇’ 같았다.

스완지전 74분 전방위 활약 #윙백·윙어·최전방 3종 포지션 소화 #상대 진영 휘저으며 유효슈팅 4개 #대표팀에선 왜 부진할까 #느린 축구, 손의 폭풍질주 활용 못해 #볼 소유 시간 줄이고 동료와 협력을

손흥민은 17일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스완지시티와의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에 선발출전해 후반 29분까지 74분간 뛰었다. 지난 6월 오른팔 수술을 받은 손흥민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붕대를 풀고 나섰다.

토트넘 손흥민이 스완지시티와의 경기에서 윙백→윙어→최전방 공격수로 '3단 변신'하며 맹활약했다. 불과 열흘 전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 토트넘 트위터]

토트넘 손흥민이 스완지시티와의 경기에서 윙백→윙어→최전방 공격수로 '3단 변신'하며 맹활약했다. 불과 열흘 전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진 토트넘 트위터]

처음엔 3-4-1-2 포메이션 중 왼쪽 윙백으로 출격했다. 전반 중반부터는 윙어로 나서더니 후반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했다. 포체티노(45·아르헨티나) 토트넘 감독은 마치 기어를 변속하듯 1단→2단→3단으로 손흥민을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한 경기에서 3가지 포지션을 소화하면서도 종횡무진 활약했다. 전반 11분과 후반 13분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유효슈팅 4개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후반 28분 교체됐고 팀은 0-0으로 비겼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50m를 질주하면서 침투패스를 받아 수비수를 제친 뒤 멋진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 손흥민은 지난 14일 도르트문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50m를 질주하면서 침투패스를 받아 멋진골을 터트렸다. [사진 토트넘 트위터]

토트넘 손흥민은 지난 14일 도르트문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50m를 질주하면서 침투패스를 받아 멋진골을 터트렸다. [사진 토트넘 트위터]

손흥민은 불과 열흘 전인 지난 6일엔 대표팀 소속으로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예선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손흥민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0경기에서 단 1골에 그쳤다. 지난해 10월6일 카타르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11개월간 무득점이다.

기록이 말해주듯 ‘토트넘 손흥민’과 ‘축구대표팀 손흥민’은 같은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차이가 크가. 왜 그럴까. 축구 전문가들은 “한국축구가 손흥민의 활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한국 손흥민의 슛이 골대에 맞자 아쉬워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한국 손흥민의 슛이 골대에 맞자 아쉬워하고 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익숙함의 차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감독의 전술을 숙지하고 있고, 동료들의 움직임도 잘 알고 있다”며 “반면 대표팀에선 최근 사령탑이 신태용 감독으로 교체됐고, 선수들의 변화도 잦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부터 한국 대표팀은 어떤 축구를 펼친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색깔이 없다”고 말했다.

팀 동료들의 수준 차이도 크다. 박 위원은 “대표팀에선 최근 미드필더 기성용(28·스완지시티)이 무릎부상으로 빠졌다. 2선에서 손흥민을 향해 절묘하게 들어가는 패스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토트넘에선 활동량 많은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24·잉글랜드)이 상대 수비를 끌어모으고, 플레이메이커 에릭센(25·덴마크)이 컴퓨터 게임처럼 정확한 패스를 찔러준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토트넘은 빠른 템포로 ‘패스 앤드 무브’ 축구를 펼친다. 손흥민의 장점인 스피드와 돌파를 활용하면서, 3자 패스도 자주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대표팀은 템포가 느리고 ‘롱볼 축구’를 한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한국 대 이란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 한국 대 이란 경기. 대한민국 손흥민이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트넘에서는 케인, 델리 알리(21·잉글랜드) 등에게 상대수비가 분산된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에이스’ 손흥민를 거의 전담마크하고 수비를 끌어내려 뒷공간을 내주지 않는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는 조력자 역할만 하면 된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직접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대표팀에서 손흥민이 볼을 질질 끌고 스스로 템포를 죽이는 듯한 모습이 자주 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한준희 위원은 “손흥민이 대표팀에서 볼 소유 시간을 줄이고 동료들을 활용하고, 팀원들도 템포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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