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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와 대화 사이 … 안팎의 북핵 압박에 편치 않은 방미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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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호 04면

18~22일 유엔총회 참석하는 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8~22일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다.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 가입 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취임 첫해 유엔총회장을 찾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으로선 지난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한 데 이어 취임 후 넉 달여 만에 벌써 두 번째 미국행이다. 그만큼 북핵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조연설·정상회담 등 유엔 데뷔 #잇단 北 도발 막을 해법 마땅찮고 #인도적 지원엔 보수층 비판 거세 #새 대북 제안 등 돌파구 마련 부심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미국·일본·이탈리아 등 5~6개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 체제 유지에 주력할 방침이다. 또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 데 이어 이번에도 126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교류하며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고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하지만 유엔으로 향하는 문 대통령의 발걸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 당장 지난 15일 북한이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부담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평화적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과 달리 안팎의 강경 대응 목소리가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문 대통령의 고민은 그렇다고 뚜렷한 해법을 찾기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기 전까진 도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인 데다 당장 10·10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전후로 북한이 제3, 제4의 액션을 취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보수층과 진보층으로부터 협공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재인 정부가 안보를 포기했다”며 연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인도적 대북 지원에 대해서도 “제재와 압박 수위를 높여도 부족할 판에 미국과 엇박자만 내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거꾸로 지지층에서는 “미국과 국내 보수층의 눈치만 보느라 대화 카드를 버리고 강경 대응만 일삼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여권 내부에서도 “갈수록 가팔라지는 북·미 대치 국면에 국내적 압박까지 겹치면서 운신의 폭이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대북 압박을 위한 국제 공조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대화의 끈을 계속 유지하며 안팎의 비난을 잠재워야 하는 이중의 난제를 떠안게 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일단 정공법을 꺼내들 태세다. 무엇보다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며 국내외의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 15일 북한의 도발 직후 현무-2 탄도미사일 실사격 훈련에 나선 게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인도적 지원은 예정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채찍도 당근이 있어야 효과가 있는 법”이라며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 지원이 제재와 압박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인도적 지원과 대화 노력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해나갈 것’이란 점을 분명히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대치 국면을 타개할 새로운 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결 국면이 심화될수록 역설적으로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 또한 커지기 마련”이라며 “아직 한두 번의 기회는 남아 있으며,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내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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