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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적 컷? 노 컷!… '몽상가들' 등 잇단 무삭제 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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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25일 개봉하는 '몽상가들'을 보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배우들의 알몸이 보이고 심지어 성기.체모까지 노출된 영화가 무삭제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 3년 전까지 영화등급위원으로 있었던 그는 '몽상가들'(사진)을 2001년 선보인 '무서운 영화 2'에 비교하곤 한다. 여체 사진이 살짝 들어간 '무서운 영화 2'는 해당 장면을 잘라내는 조건으로 18세 판정을 받았었다.

이탈리아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은 1968년 프랑스 6.8혁명 당시 기성사회의 가치관에 반발하며 영화에 흠뻑 빠졌던 젊은이 셋을 그린 영화. 샴쌍둥이인 프랑스 남매 이자벨과 테오, 프랑스어를 공부하러 파리에 온 미국 청년 매튜 셋의 성적 판타지를 주목한 작품이다.

혼란스런 사회 속에서 성과 영화의 자유를 표방했던 청춘들의 유희를 표현했으나 영화 수입사조차 화면처리를 통해 개봉할 계획을 세울 만큼 성 묘사가 구체적이다.

극장가에 이른바 '무삭제' 18세 영화가 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개봉을 생각하기 어려웠던 작품들이다. 지난해 8월 선보였던 '팻걸'에 이어 '몽상가', 8월 개봉 예정인 '권태' 등이 대표적이다. 사춘기 자매의 성적 호기심을 다룬 '팻걸'은 재심의 끝에 원본대로 개봉됐고, 17세 소녀와 40대 철학교수의 성적 충동을 그린 '권태'는 3년 전 수입 불가 판정을 받았었다.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의 침실 장면이 포함된 한국영화 '가능한 변화들'도 현재 상영 중이다.

옥선희 영등위 영화등급위원은 "사회가 변하고 관객이 성숙한 만큼 등급 판정도 변화하기 마련"이라며 "중요한 건 특정 장면의 노출이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라고 말했다. 일례로 오직 성에 집착하는 틴토 브라스 감독의 '두잇' 등은 여전히 일반 극장에서 틀 수 없는 '제한상영가 '라는 것. 전찬일씨는 "부분(텍스트)이 아닌 흐름(콘텍스트)으로 영화를 즐기고, 판단하는 시대에 들어선 증거"라고 설명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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