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터 된 240번 버스 건대역 정류장서 절로 나온 “내릴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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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역 버스 정류장[중앙포토]

1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건대역 버스 정류장[중앙포토]

버스 기사에서 아이 엄마로, 다시 최초 글 게시자로 향한 마녀사냥터가 된 240번 건대역 버스정류장을 14일 찾았다. 지난 사흘 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사건의 중심지 주소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 227-337.

건대역 정류장과 건대입구역 정류장 사이 교차로.[중앙포토]

건대역 정류장과 건대입구역 정류장 사이 교차로.[중앙포토]

정류장은 지하철 2호선이 7호선이 만나는 교차점 인근에 있다. 왕복 8차선 도로 중간 오른쪽에 붙어 있었다. 8차선 중앙에는 청담대교에서 이어져 온 고가가 끝나는 지점이 있다. 경기도 분당에서 출발한 광역버스가 서울로 처음 진입하는 곳이기도 하다. 정류장에는 240번 버스를 포함해 간선버스 2대와 지선버스 2대, 마을버스 1대와 직행버스 1대 등 버스 6대가 정차한다.

건대역 버스정류장 인근.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고, 대형 백화점과 대학 병원이 위치한 곳이다.[중앙포토]

건대역 버스정류장 인근.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교차하고, 대형 백화점과 대학 병원이 위치한 곳이다.[중앙포토]

정류장 오른편에는 롯데백화점 스타시티점, 북쪽 길을 건너서는 건국대 병원이 자리를 잡았다. 혼자 내린 딸(7세)을 찾아 발을 동동 굴렸을 엄마가 내린 다음 역은 건국대병원 앞 정거장이다. 건대역 정거장과는 280m 떨어져 있고, 시간은 1분 30초가 걸렸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려 다시 건대역 정거장까지 걸어보니 2분 30초가 걸렸다.

14일 오후 6시 30분 무렵 교차로를 지나는 240번 버스. 퇴근 시간 대라 교통량이 많은 구간이다.[중앙포토]

14일 오후 6시 30분 무렵 교차로를 지나는 240번 버스. 퇴근 시간 대라 교통량이 많은 구간이다.[중앙포토]

버스는 다음 역인 건국대병원 정류장을 가기 위해서는 대형 교차로를 거쳐야 한다. 교차로 중앙을 기준으로 왕복 8차선 도로가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다. 버스는 건대역 정류장에서 승객들을 내린 뒤 80m 이내에 차선을 갈아타야 했다. 그래야 건대입구역 교차로에서 신호 대기를 받을 수 있다. 신호 대기 중인 버스 오른 쪽으로 우회전하는 차량이 줄줄이 지나갔다.

건대역 정류장에서 80m 거리에 있는 교차로 직전 도로. 차선을 바꿔야 직진할 수 있다.[중앙포토]

건대역 정류장에서 80m 거리에 있는 교차로 직전 도로. 차선을 바꿔야 직진할 수 있다.[중앙포토]

 이 지역에서 4년 동안 음료 배달 판매를 맡아 왔던 40대 여성은 “오토바이 사고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정류장이 아니면 버스 운전기사가 내려주지 않는다. 오토바이 사고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무렵 교통경찰도 교차로에서 캠코더를 손에 들고 단속을 하고 있다. 그는 “교통량이 많은 곳이라 상시 단속을 한다”고 설명했다.

14일 오후 6시 30분 무렵 건대역 정거장. 하차 시간이 계속 길어진다.[중앙포토]

14일 오후 6시 30분 무렵 건대역 정거장. 하차 시간이 계속 길어진다.[중앙포토]

 사건 당시 시간대인 오후 6시 20분쯤 건대역 정류장을 찾았다. 6시 27분 버스는 3명이 승차하고 11명이 하차했다. 6시 42분에는 5명 승차, 24명 하차했다. 하차 시간도 18초에서 33초로 점점 길어졌다.

14일 오후 6시 30분 무렵 240번 버스 내부. 발 디딜 틈이 없다. [중앙포토]

14일 오후 6시 30분 무렵 240번 버스 내부. 발 디딜 틈이 없다. [중앙포토]

 이번엔 버스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7시 10분, 버스 복도까지 사람들이 가득 차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건대역 정류장을 알리는 안내 멘트가 나오고 버스가 정류장에 진입했다. 제 시간 안에 내리기 위해 “내릴게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두 번을 외쳤다. 정류장에 진입한 버스의 뒷문이 열리고 닫히기까지 걸린 시간은 35초였다.

14일 오후 8시 420번 버스 내부. 버스 운전석은 유리창으로 가려져 있다.[중앙포토]

14일 오후 8시 420번 버스 내부. 버스 운전석은 유리창으로 가려져 있다.[중앙포토]

 혼잡 시간이 지난 오후 8시 무렵 다시 버스를 타고 건대역 정류장에서 다시 하차를 했다. 버스 운전기사 자리는 모두 유리창으로 둘러 싸여 있었다. 엔진 소음도 컸다. 엔간히 큰 목소리로 “내릴게요”라고 말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아이가 없어져 당황한 30대 여성이라면 더욱 어려웠을 것이다.

김민상·이민정·김은빈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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