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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 문성근·김여진 합성 나체사진 유포 공작…문성근 18일 조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이 배우 문성근(64)씨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한 공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국정원은 합성 나체 사진까지 만들어 인터넷에 유포했다고 국정원 적폐청찬TF(이하 국정원 TF) 측이 밝혔다.

14일 국정원 TF에 따르면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심리전단은 2011년 11월 한 보수 성향 인터넷 카페 게시판에 문씨가 배우 김여진씨와 침대에 함께 누워 있는 모습의 합성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공화국 인민배우 문성근, 김여진 주연’ “육체 관계”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국정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료를 검찰에 넘길 예정이다.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 

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얼굴이 합성된 사진. 

검찰은 18일 오전 11시 문씨를 불러 조사한다. 문씨는 이날 트위터에 “경악! 아∼이 미친 것들.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고 적었다. 또 “합성 사진뿐이겠느냐. 검찰에 가면 공작이 분명한 ‘바다이야기’도 물어봐야겠다”고 밝혔다. 문씨가 언급한 바다이야기는 배우 명계남(65)씨가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았던 사행성 게임이다. 이 소문은 검찰 조사에서 낭설로 판명됐다. 문씨와 명씨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활동을 한 대표적인 배우였다.

국정원 TF 관계자는 “심리전단은 합성 사진 유포에 앞서 A4용지 한 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는 ‘그간 운영을 통해 검증된 사이버전 수행 역량을 활용해 특수 공작에 나서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이명박 정부의 ‘연예인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지난 11일 국정원 TF는 2009년 7월 김주성 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주도로 ‘좌파 연예인 대응 TF’가 구성됐고 기조실로부터 퇴출 대상 연예인 명단을 넘겨받은 심리전단이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심리전단이 ‘특정 문화예술인 공작’ 차원에서 문씨 등의 합성 사진을 살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계 인사는 82명이다. 구체적으로 이외수·조정래·진중권 등 문화계 6명, 문성근·명계남·김민선 등 배우 8명, 이창동·박찬욱·봉준호 등 영화감독 52명, 김미화·김구라·김제동 등 방송인 8명, 윤도현·신해철·김장훈 등 가수 8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82명 가운데 실질적으로 피해를 당한 정황이 있는 일부 피해자는 직접 불러 구체적인 사실 등을 조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개입 여부가 확인될 경우 원 전 원장 등에게는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외에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또 이 같은 활동에 청와대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명박 전 대통령도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 한편 검찰은 14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과 댓글부대 팀장, 전직 국정원 직원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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