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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거짓 글' 때문에…네티즌 비난 폭주하고 사업 망한 점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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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PD수첩' 캡처]

[사진 MBC 'PD수첩' 캡처]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240번 버스 목격담'이 불러온 효과는 대단했다. 버스 탄 엄마가 "아이만 내렸다"고 울부짖는데도 차를 세워주지 않고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운행한 운전기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얼핏 봐도 분노가 차오르는 내용에 네티즌들의 분노는 들끓었고 서울시에서는 CCTV 진상 조사까지 들어갔다. 사건의 내막이 나오면 나올수록 네티즌들은 어리둥절했다. 버스 기사의 사정도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일부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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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2012년 '채선당 임산부폭행사건'이다. 당시 한 임산부는 네이버 유명 카페에 충남 천안시의 외식 프랜차이즈 '채선당'에서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채선당 종업원과 말싸움을 하던 중 배를 걷어차였다고 주장했고, 해당 글을 본 네티즌들은 분노에 휩싸여 해당 지점에 전화 항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를 했다. 해당 지점 뿐 아니라 채선당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일 만큼 소비자들의 항의가 심했지만, 나중에 경찰 CCTV 조사 결과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는 폭행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 MBC 'PD수첩' 캡처]

[사진 MBC 'PD수첩' 캡처]

인터넷 거짓 글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던 채선당 지점의 점주는 이후 어떻게 됐을까. 2015년 9월 1일 방송된 MBC PD 수첩에서는 해당 점주의 행방을 찾았다. 사건이 벌어진 채선당 지점은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었고,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해당 점주가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점주는 작은 팥밭을 일구며 조용히 살고 있었다. 점주는 "창피해서 죽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며 "처음에 가게 열 때 2억 8000만원이 들어갔는데 주방기구 같은 것을 다 놔두고 나왔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사진 MBC 'PD수첩' 캡처]

[사진 MBC 'PD수첩' 캡처]

점주에 따르면 금전적으로 1억 가까운 손해를 봤고, 정서적으로 가족 모두가 큰 상처를 받았다. 특히 해당 가게는 먼저 세상을 떠난 점주의 아들이 암 투병을 하면서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궈놓은 가게였다.

[사진 MBC 'PD수첩' 캡처]

[사진 MBC 'PD수첩' 캡처]

인터넷의 힘으로 어떤 사건이 해결되기도 하지만 채선당 임산부 폭행 사건의 경우 거짓된 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아무 죄없는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긴다는 점을 알 수 있었던 가장 적나라한 사례였다. 이번 240번 버스 사건에 대해 이런 저런 자극적인 목격담이 인터넷에 게재되고 이슈화 되면서 네티즌들은 과거 인터넷을 달궜던 해당 사건을 다시 기억하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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