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용의자 가족, '여대생 살인사건' 피해 가족에 5억원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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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2015년 수원역에서 발생한 이른바 '여대생 납치·살인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이 용의자 가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판결에 따라 용의자 가족은 피해자 가족에 약 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수원지법 민사14부(부장판사 이정권)는 12일 피해자 A씨의 가족 3명이 용의자 윤모(당시 45)씨의 부인과 아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가 청구한 위자료 등 피해액(약 5억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2015년 7월 발생했다. 용의자인 윤씨는 당시 술에 취해 앉아있던 여대생 A(당시 21세)씨를 자신이 근무하는 직장의 건물 화장실로 끌고 가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윤씨는 범행 후 A씨 시신을 평택 진위면의 한 배수로에 유기했다. 윤씨 자신도 강원도 원주의 한 저수지 인근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당시 검찰은 A씨의 몸에서 나온 윤씨의 DNA와 윤씨 차량에 남아있던 혈흔과 지문 등을 토대로 숨진 윤씨가 사건의 범인이라고 결론냈다. 그러나 용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A씨 가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는 윤씨가 숨지면서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던 점이 쟁점이 됐다. 수사 기관에 남아있는 자료만으론 윤씨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던 탓이다.

원고 측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을 증인으로 신청했고, 증인으로 나온 경찰관은 당시 상황과 증거로 미뤄볼 때 윤씨가 범인이 확실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수원지법 관계자는 "범인이 사망해 A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발생한 손해배상 책임이 가족들에게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가족들이 상속 포기를 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지만 이 사건 피고는 재판 과정에 나오지 않아 상속 포기를 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 유족의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는 "용의자가 사망해 어떤 처벌도 할 수 없었기에 피해자 유족들 입장에서는 맺힌 한이라도 풀고자 소송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용의자의 가족들이 상속 포기를 한 경우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재판 과정에 나오지 않아 상속 포기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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