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딸' 추미애, ‘DJ 비서실장’ 박지원 이젠 견원지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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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공통 분모는 모두 김대중(DJ) 전 대통령이다. 모두 DJ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그런 두 정치인이 연일 거친 설전을 주고 받으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김이수 부결 후폭풍에 연일 말폭탄 #추미애 "국민의당 땡깡 놓는 집단" #박지원"추 대표 오만, 땡깡에 땡깡"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대표는 13일 “2012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지원 의원이었고, (박 의원과의) 상의 아래 우리 당 몫으로 김이수 판사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다”며 “이 분(김이수)이 코드인사라고 한다면 그건 자기부정이고 판단을 잘못했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날(12일)에는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땡깡’을 부렸다. 땡깡을 놓는 집단. 더 이상 형제의 당이 아니다”라며 “정치세력이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골목대장도 하지 않을 짓을 했다”고도 했다. 지난 11일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자 박 전 대표를 정조준했다.

박 전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13일 추 대표를 향해 “그렇게 오만한, 그런 모습이 과연 집권 여당의 대표인가”라며 “오히려 대통령을 잘못 보필했으면 국민에게 용서를 바라고 더 잘하도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지 거기에서 또 땡깡을 놓으면 땡깡에 땡깡”이라고 주장했다. ‘형제의 당이 아니다’라는 발언엔 “자기들하고 우리가 왜 형제의 당이냐”라며 “지금까지 (민주당에) 협력해줬을 때 추미애 대표가 어떻게 공격했나, 형제 취급해줬나”라고 반문했다.

지난해 11월 16일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16일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박지원 당시 비대위원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중앙포토]

둘의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이들의 전사(戰史)는 최순실 국정농단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추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단독 영수회담을 제의했다. 그러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박 전 대표는 “대단히 유감스럽고 잘못된 결정”이라며 “(영수회담을) 거듭 제안한 추미애 대표나 덜컥 받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똑같다”고 야권 공조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이후 회담은 몇 시간만에 취소됐지만 박 전 대표는 다음날(11월 15일) “추 대표가 중간에 한 사람을 두고 며칠간 추진한 것. 추미애의 최순실”이라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단독으로 영수회담을 제의한 대목을 또 비난했다. 이틀 뒤인 17일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 전개를 위해 가진 야3당 회동에서 추 대표는 “서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안 되도록 조심하는 관계를 했으면 좋겠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해 11월 17일 당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부터) 등 야 3당 대표가 국회에서 3당 대표회담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특별검사 추천에 적극 공조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중앙포토]

지난해 11월 17일 당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부터) 등 야 3당 대표가 국회에서 3당 대표회담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회의에서 특별검사 추천에 적극 공조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중앙포토]

지난 7월에는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추 대표는 “당의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께서 (제보조작을)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여당 대표가 검사 연습 마시고 DJ 딸이라고 자랑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라”고 반발했다. 당시 박 전 대표의 페이스북 타임라인은 ‘추’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지금 추 대표와 박 전 대표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간 벌어진 공방전에서 최전선에 서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지난 7월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쳐]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의 지난 7월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쳐]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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