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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역사를 거슬러 1인 체제 구축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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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가 10월 18일 개최되는 것으로 결정됐다. 개최가 결정됐다는 건 인사 변동과 당장 개정 및 정치 보고 등 당 대회에서 결정될 중요 사항이 기본적으로 확정됐다는 걸 뜻한다. 현재 19차 당 대회와 관련해 가장 널리 거론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인 체제 등장과 연관된 것이다. 심지어 이번 대회가 시진핑의 장기 집권을 여는 ‘대관식(戴冠式)’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과연 그럴까.

10월 개막될 19차 당 대회 통해 #시진핑 장기집권 열릴지 관심 #시진핑 1인 체제 확립 위해선 #집단지도체제 폐지 등 변화 필요 #특정 개인이 관례 바꾸기 어려워 #권력구조의 제도적 재편 없을 듯

시진핑이 1인 체제를 확립할 것이란 주장은 우선, 그가 지난해 가을 중공 18기 6중전회에서 ‘핵심(核心)’ 지위를 부여받는 등 2012년 집권 이래 개인적 권위와 권력을 크게 강화한 데서 기인한다. 또 중국 지도부 내에 만연한 부패는 개혁·개방 이후 형성된 지도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젠 강한 지도자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논의 또한 그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8차 당 대회 이후 시진핑의 권위와 권력 강화는 두 가지 측면과 관련돼 있다. 권력 구조가 시진핑-리커창의 쌍두 체제가 아니라 시진핑 1인 중심 체제로 재편된 것이 하나라면, 시진핑에 의해 수행된 강력한 반부패 투쟁은 다른 하나다. 특히 부패가 당과 국가를 망하게 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기초해 전개한 반부패 투쟁은 역대 최강의 강도만큼이나 효과 또한 컸다.

시진핑은 측근 왕치산을 앞세워 ‘파리’로 불리는 하급 부패 관리뿐 아니라 ‘호랑이’로 지칭되는 고위 부패 관료에 대해서도 전대미문의 타격을 가했다. 중공 역사상 처음으로 부패 문제를 이유로 전 정치국 상무위원 저우융캉을 처벌했다. 시진핑이 정권을 장악한 지난 4년여간 부패 혐의로 처벌받은 군과 당, 정부의 장·차관급 이상 간부는 230여 명에 이른다. 이는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60여 년 동안 부패 문제로 낙마한 장·차관급 이상 간부 145명을 훨씬 초과하는 수치다.

이 같은 반부패 투쟁은 시진핑의 대중적 위신을 크게 높였다. 또 당과 정부, 군 내에서 시진핑에게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을 현저히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원로들의 영향력 또한 대폭 축소시켰다. 반대로 시진핑에겐 당과 정부, 군의 3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계기로 작용한 것은 물론이다.

이에 시진핑의 권위와 권력이 전임자 후진타오와 장쩌민을 초월해 이젠 덩샤오핑이나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진핑이 명실상부한 1인자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시진핑 1인 체제의 형성이나 장기집권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시진핑의 권위나 권력이 강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정도의 문제이지 1인 체제의 형성이나 장기집권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중공이 만들어 온 관례와 규범에 어긋난다. 중공은 문혁에 대한 반성으로 집단지도체제를 형성했으며 10년 주기로 권력이 교체되는 규범화된 승계 관례를 만들었다.

승계에 대한 명문화된 제도적 규범은 존재하지 않지만 불문법적 규범인 관례가 형성돼 있으며, 집단지도체제는 명문화된 규정이다. 그리고 이런 관례와 규정은 당 내외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진핑을 포함한 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제멋대로 어기거나 간단히 변경시킬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19차 당 대회가 시진핑 1인 체제 형성과 장기집권의 신호가 되기 위해선 적어도 세 가지 변화가 있어야 한다. 권력 구조에 대한 제도적 재편, 승계와 관련된 관례화된 인사 변화에서 이상(異常)의 발생, 명문화된 글자 그대로의 ‘시진핑 사상’의 공식적 제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일어날 것 같지 않다.

1인 체제가 등장하기 위해선 집단지도체제를 폐지해야 한다. 후진타오 시기 과도한 권력 분산의 문제가 제기되지만 그것의 대안이 1인 체제가 아닌 것은 이미 결론이 났다. 지난해 가을 시진핑에게 ‘핵심’ 지위를 부여해 권력의 집중을 꾀하면서도 집단지도체제를 누구도 저촉할 수 없는 원칙으로 강조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것은 중공의 지도체제 조정의 방향이 집단지도체제의 폐지가 아니라 보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구조의 제도적 재편은 없다는 이야기다.

또 덩샤오핑 시대에 만들어진 승계의 관례란 차세대 지도부를 담임할 후계자를 정치국 상무위원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후진타오는 1992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으며, 시진핑과 리커창은 2007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됐다. 이번 당 대회에서 후춘화 광둥성 당서기나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 중 누구 하나라도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다면 승계가 관례대로 이뤄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와 관련해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근 ‘시진핑 사상’의 제기와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다. 그러나 중공이 마오쩌둥 사상이나 덩샤오핑 이론과 같은 의미로 ‘시진핑 사상’을 공식화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8월 31일 정치국 회의 결정문에 나타난 “시진핑 총서기의 일련의 중요한 연설 정신과 당 중앙의 국정에 대한 새로운 이념, 새로운 사상, 새로운 전략”이 시진핑 사상과 관련해 이제까지 결정된 공식적 표현이다.

그것이 당 대회 문건에 포함된다면 이념, 사상, 전략과 관련해 공식 문건에 시진핑의 이름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진이다. 그렇지만 후진타오도 17차 당 대회에서 자신을 상징하는 이론인 ‘과학적 발전관’을 당의 문건에 포함시켰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이름이 들어간 것을 제외하면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것이 마오쩌둥 사상이나 덩샤오핑 이론과 동등한 ‘시진핑 사상’이 아닌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진핑의 개인적 권위와 권력 강화와 더불어 최근 언론뿐 아니라 심지어 학술에 대한 통제까지도 강화되는 현상은 중국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확대된 자유와 정치개혁에 대한 역전(逆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한 역전 현상은 시진핑 1인 체제 등장과 장기집권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받아들여지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중국의 권력구조와 승계제도는 이미 특정한 개인이 그 방향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불문법적인 관례가 됐다. 물론 제도나 관례가 불변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현재 상황에선 시진핑이 역사를 거스르는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안치영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개혁 전후의 정치와 문혁에 중심을 두고 중화인민공화국 정치사를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덩샤오핑 시대의 탄생』(창비, 2013) 등이 있다.

안치영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