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우리 곁을 떠난 마광수 전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생전 "한 여자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 그의 인생을 망친 여자가 '사라'다. 마 교수가 사망한 후 '사라'를 찾는 독자가 늘어나고 있다.
여대생 사라의 문란한 성생활을 다룬 소설 『즐거운 사라』(서울문화사)는 현재 중고 판매 사이트 등지에서 정가(4300원)의 10~40배 가격에 팔리고 있다. 1991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95년 대법원에서 음란물 확정판결을 받아 '금서'가 된 바람에 중고 거래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 9일 한 중고 거래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즐거운 사라』초판본 판매 글은 "구하기 어려운 책"이라며 18만원을 제시했다.
『즐거운 사라』는 91년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발행정지 처분을 받은 뒤 다음 해 청하출판사가 재출간했다. 『즐거운 사라』(청하출판사)의 재출간본도 중고 시장에서 5~10만 원대에 팔린다. 정가는 5800원이다.
마 교수 별세 후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에서는 『즐거운 사라』가 '예약 한도 초과'가 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빌려서라도 '사라'를 만나보고 싶은 독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사라'가 재조명되면서 『즐거운 사라』 판매금지 해제를 바라는 마음에 기획된 『2013 즐거운 사라』(책읽는귀족) 역시 덩달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13년 출간된 이 책은 최근 전국 서점에서 동났다. 마 교수 사망 이후 『2013 즐거운 사라』가 품귀 현상을 빚게 되자 출판사 측은 4년 만에 『2013 즐거운 사라』 2쇄 1000부를 더 찍기로 결정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