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프리처드, 대북 강경파에 밀려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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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해왔던 잭 프리처드 대북교섭담당 대사가 지난 22일 전격 사임한 것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파들과의 알력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은 26일 "대북 온건파가 결국 사임했다"면서 "북한 문제를 둘러싼 부시 행정부의 방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 6월31일 국무부 존 볼튼 군축담당 차관이 서울에서 했던 연설이었다.한중일 3국 방문길에 나선 볼튼 차관은 이날 '기로에 선 독재'라는 강연을 했다.여기서 "미국이 김정일의 요구에 항복하면 지구상의 다른 독재자들도 용기를 얻을 것""북한은 지옥같은 악몽"이라는 등의 표현을 쓰면서 북한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북한은 "볼튼은 인간 쓰레기"라면서 펄펄 뛰었지만 6자회담이 성사되는 분위기속에서 이 연설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불씨는 엉뚱한 곳에서 되살아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지난주 공화당 존 카일(아리조나주)상원의원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프리처드 대사가 최근 유엔의 북한 고위 관계자에게 볼튼차관의 발언은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는 내용이었다."그의 행동에 대한 교정조치가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견해도 포함돼 있었다.

이 편지 복사본은 딕 체니 부통령과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당사자인 볼튼 차관에게도 배달됐다.이에대해 강경파들은 "볼튼 차관의 발언은 행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고 사전조율 됐던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그뒤 일주일만에 프리처드 대사의 사임이 발표됐다.

국무부와 백악관은 25일 "프리처드 대사는 오래전부터 개인적인 일을 하기 위해 사임을 준비했었다"라면서 알력설을 부인했다.

프리처드 대사는 클린턴 전대통령의 2000년 베트남 방문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국무장관과 북한을 함께 방문했던 대표적 온건파다.그러나 부시 행정부내에는 진정한 대북 정책이 없고,대북 대화에도 별로 열의가 없다면서 실망해왔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이때문에 그의 사임은 6자회담의 장래에 별로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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