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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잠에 취한 미술사 外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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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잠에 취한 미술사(백종옥 지음, 미술문화)=2만2000년 전 지중해 유물에서 발견된 ‘잠자는 여인’ 조각상부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잠자는 소녀’까지 서양 미술사를 ‘잠’이라는 주제로 새로 썼다. 잠에 관한 그림 이야기가 어느새 잠에 관한 신화, 잠에 관한 문학, 잠에 관한 예술 전반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나의 제주올레(㈔제주올레 엮음, 북하우스)=제주올레가 10주년을 맞아 제주올레 수기 공모작을 선정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길을 걷는 것은 인생을 사는 것과 비슷한 일이어서 올레꾼 18명이 들려주는 사연 하나하나가 눈에 밟힌다. 역시 길은, 길을 내는 자의 것이 아니다. 길을 걷는 자의 것이다.

새들의 천재성(재니퍼 애커먼 지음, 김소정 옮김, 까치)=앞으로 ‘새 대가리’라는 표현은 피해야겠다. 새가 절대 머리가 나쁘지 않다고 설득하는 책이다. 뉴칼레도니아의 까마귀는 도구를 갖고 놀고, 인간이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새들은 노래를 배우며, 숨겨놓은 3만 개의 씨앗을 정확히 찾아서 먹는단다.

타자와 나, 숨겨진 진실(김웅권 지음, 연암서가)=프랑스 작가 앙드레 말로를 전공한 불문학자의 인문 교양서. 동서고금의 여러 사상과 문화 텍스트를 두루 검토하며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찾아간다. 강의 형식으로 글을 풀어써 깊이 있는 철학적 고민도 어렵지 않게 읽힌다.

주름, 펼치는(김재홍 지음, 문학수첩)=시인이 4년 만에 펴낸 신작 시집. ‘주름’을 키워드로 삼은 시편들이 눈에 띈다. 주름은 여러가지로 읽힌다. 살면서 훈장처럼 얻은 흠결이나 과오, 상처와 그늘…. 그런 주름을 의식하는, 주름이 바탕에 깔린 인생의 힘으로 시인은 자신의 주름을 덮고 끌어안는다.

시인 신경림(이경자 지음, 사람이야기)=『농무』의 시인 신경림 평전이다. 시인과 등산 모임을 함께 하며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들은 맨 얼굴, 맨 목소리를 담았다. 충청도 양반 집안의 귀한 손주로 자라났으나 아버지를 원망하며 성장한 유년 시절부터 세월호, 지난해 촛불집회까지 시인의 평생을 되살렸다.

물싸움(전미화 글·그림, 사계절)=타들어가는 가뭄과 비 한방울을 실감나게 묘사한 책.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농부들의 치열한 행동을 그렸다. 어른도 잘 알지 못했던 농사와 물에 관한 이야기를 막힘없는 붓선으로 풀어냈다. 농촌에 살며 그곳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본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돋보인다.

돼지꿈(김성미 글·그림, 북극곰)=학교가 끝나면 피아노·미술 학원, 태권도 교실, 영어 학원의 트랙에 올라타는 아이들을 보듬는다. 쉴 틈 없는 아이의 장래희망은 대통령도 과학자도 아닌 바로 돼지다. 실컷 놀고 먹고 뒹굴고만 싶은 아이의 깜찍한 꿈을 하루쯤 눈 질끈 감고 실현시켜주는 여유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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