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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커버스커 음원을 나도 소유할 수 있다?...팬들에게 판 저작권 수익률은 9.9%

중앙일보

입력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라는 가사를 흥얼거리게 하는 노래 '벚꽃 엔딩'을 부른 밴드 버스커버스커는 봄만 되면 바빠진다. 이 노래가 길거리에서 들리고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기 시작하면 저작권료를 정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봄마다 꼬박꼬박 발생하는 '벚꽃 엔딩'의 저작권료에는 팬들이 '벚꽃 연금'이라는 별명도 붙였다.

버스커버스커 밴드 보컬 장범준. [MBC 무한도전 캡쳐]

버스커버스커 밴드 보컬 장범준. [MBC 무한도전 캡쳐]

음원 저작권료 수익은 음악 창작자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음원 한 곡의 저작권은 작곡가·작사가·편곡가 등 여러 사람의 몫으로 쪼개진다. 이 저작권의 조각을 일반인이 구매하면 음원의 공동 소유자가 될 수 있고 저작권료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동안은 일반인이 음원 저작권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없었다.

지난 7월 2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뮤지코인'은 음원 저작권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한 주에 두 곡씩 음원 저작권이 경매에 올라오고 누구든 입찰해 구매할 수 있다. 뮤지코인은 경매에 붙여진 음원의 지난 5년간 저작권료 추이와 방송·음원유통사·노래방 등 발생 원인이 차지하는 비율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참가자들은 이를 통해 수익률을 가늠하고 입찰한다. 낙찰은 높은 가격을 제시한 순서대로 받는다.

버스커버스커의 곡 '서울사람들'의 음원 저작권 경매 정보 [뮤지코인]

버스커버스커의 곡 '서울사람들'의 음원 저작권 경매 정보 [뮤지코인]

버스커버스커가 2011년 '슈퍼스타K'의 최종 무대에서 부른 '서울사람들'의 음원 저작권은 지난달 200조각이 경매에 나왔다. 1조각 당 시작가는 1만원이고, 시작가 대비 수익률은 연평균 9.9%였다. 200개의 저작권 조각은 2만500원에서 1만원 사이 가격에 모두 판매됐다. 한 달 사이 다이나믹듀오의 '어머니의 된장국', 2PM의 'I can't', 이승기의 '연애시대' 등 11곡의 저작권이 이런 식으로 경매에서 팔렸다.

팬들에게 음원 저작권은 투자 대상인 동시에 다른 형태의 애장품이다.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보컬 규현·려욱·예성이 결성한 팀 '슈퍼주니어K.R.Y'가 부른 'FLY'의 음원 저작권은 시작가 1만원에 단 10조각만 경매에 나왔다. 시작가 대비 수익률은 10.1%로 다른 음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소장의 희소성과 투자 수익률이 겹친 결과 10개 조각은 최고가 2만1000원, 최저가 1만9000원에 모두 팔렸다. 최저가에 낙찰을 받아도 수익률은 5.3%로 떨어진다. 김지수(34) 뮤지코인 대표는 "낙찰 가능한 예상 최저가에 다량을 입찰하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수익률과 상관 없이 최고가로 소장하고 싶어하는 팬도 있다"고 말했다.

경매를 통해 낙찰 받은 음원 저작권은 이용자 간에 사고팔 수 있다. 주식시장처럼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이 맞으면 거래가 가능하다. 뮤지코인은 저작권 거래를 통해 발생하는 수수료로 운영된다. 다만 아직 서비스 초기이기 때문에 이용자 사이의 저작권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가난한 창작자의 자금 조달 방편되기도 

음악 창작자들이 자신의 저작권을 경매에 내놓는 가장 큰 이유는 목돈 마련이다. 음악인은 창작을 위한 자금이 필요해도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창작자의 가장 큰 자산은 저작권인데 거래 대상이 아니라 이를 담보로 신용대출 등을 받기가 어렵다. 투자금을 모집해 음악을 제작하면 투자자의 취향이 직·간접적으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음악 창작자가 음원 저작권으로 융통할 방법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거래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초까지 8년차 은행원으로 투자 업무를 주로 담당해온 그가 보기에 음악 창작자들의 주요 자산인 음원 저작권은 안정적이고 저평가된 자산이었다. 오래된 명곡은 일정 수준 아래로 저작권료가 떨어지지 않고 리메이크나 차트 역주행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는 "음악인들이 자신의 저작권으로 목돈을 마련해 더 좋은 음악을 창작하는 선순환의 장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듀서 겸 가수인 라디(Ra.D)는 작업실 확장을 위한 자금을 저작권 경매를 통해 확보했다. 이달 초 그는 대표곡 'I'm in love'의 저작권 조각 3000개를 경매에 붙였다. 1만3500원에서 1만원 사이에 3000조각이 모두 팔려 그는 자신의 음원을 통해 3000만원이 넘는 자본금을 마련했다. 그는 "작업실을 확장해 창작 활동에 집중하고 싶었다. 자금에 여유가 있어야 여러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음원 저작권은 가치로 인정받지 못했다. 경매를 통해 창작을 위한 자금도 마련했고 음악을 팬과 나눴다는 기쁨도 느꼈다"고 말했다.

◇음원 수익 배분 구조의 그늘

음악인이 자신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팔아야할 정도로 열악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공개한 뒤 두 달간 국내에서 음원 스트리밍으로 번 수입은 546만원이었다. 이 사실이 공개되고 음원 스트리밍 수익의 배분 구조에 대해 논쟁이 불거져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창작자가 어려운 상황은 여전하다.

한 곡이 재생됐을 때 7원의 매출액이 발생하는데 이 중 40%는 스트리밍 업체 몫이다. 나머지 60% 중 44%는 음반 제작사에게 돌아간다. 작사·작곡·편곡자는 10%를 나눠갖고 가수와 연주자를 합쳐서 6%를 받는다. 작사·작곡·편곡자는 한 곡당 0.7원, 가수·연주자는 0.42원을 받는 셈이다.

지난달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가수 MC메타는 "음악으로 참 먹고살기가 너무 힘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가수와 작사·작곡자들에 대한 음원 수익의 배분율은 높이고 할인율은 낮춰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예술인의 생존권과 창작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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