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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제재안으로 안보리 표결 강행하는 미국의 노림수는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마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 대북 원유수출 금지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위한 조치로 섬유제품 금수 등도 초안에 담겼다.

11일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미국이 작성한 제재안 초안

11일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미국이 작성한 제재안 초안

6일(현지시간) 본지가 입수한 결의안 초안에 따르면 원유와 관련해선 원유 및 관련 응축물, 정제된 석유제품, 천연 가솔린 등 모든 석유 관련 제품의 대북 수출이 금지됐다. 이외에도 섬유제품 수출 금지와 북한의 해외 송출 노동자에 대한 고용 및 임금 지급 금지 등이 담겼다. 지난달 5일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1호에서는 신규 해외노동자 송출만 금지했지만, 이번에 제재를 확대한 것이다. 이럴 경우 북한은 세계 40여 개국에 파견된 5만 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를 통한 외화 확보가 어렵게 된다. 자연스레 핵ㆍ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줄도 일정 부분 차단된다.
특히 미국은 공해 상에서 북한의 밀수 선박의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초안에 넣었다. 이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 선박 9척에 대해 군사력을 동원해 운항을 정지시키고 검문할 수 있게 된다. 불법적인 무기수출과 핵물질 유출 등을 우려한 조치다.

중국이 단둥시와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을 잇는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중국이 단둥시와 북한 평안북도 피현군을 잇는 송유관을 통해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고 있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초안은 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처음으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그대로 채택되면 김정은은 재산 압류과 함께 해외여행이 금지된다.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실질적인 효과보단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실제 유럽과 중국 등의 은행에서 차명계좌로 관리되고 있는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제재 대상 리스트에는 김정은뿐 아니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기남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박영식 인력무력상 등도 포함됐다. 한국과 미국은 이미 지난해 황병서, 김기남, 박영식 등을 독자적인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미국은 지난 1월 김여정을 제재명단에 추가로 올렸다.
현재 초안은 안보리 이사국들이 회람하고 있으며, 미국은 오는 11일에 표결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보리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은 대북 원유수출금지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를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북한 석유의 80~90%를 공급하고 있는데, 원유 공급이 자칫 북ㆍ중 관계의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북한의 병원 등 민간에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며 이미 반대 의사를 표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므누신 재무장관. [AP=연합뉴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므누신 재무장관. [AP=연합뉴스]

이 때문에 미국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를 들먹이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은 6일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가 무산될 경우 “북한과 거래하는 어느 누구와도 (미국이) 무역을 중단하고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행정명령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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