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만성 ‘변비 축구’ 변신 못하면 본선서 망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팬들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했다. 본선에는 올랐지만,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은 남은 9개월간 선수단 정비, 강팀과의 평가전, 상대 팀 정밀분석 등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함께 받아들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팬들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했다. 본선에는 올랐지만, 신태용 감독과 대표팀은 남은 9개월간 선수단 정비, 강팀과의 평가전, 상대 팀 정밀분석 등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함께 받아들었다. [타슈켄트=연합뉴스]

6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10차전이 0-0 무승부로 끝난 뒤 축구팬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가까스로 조 2위를 지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경기력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유효슈팅을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던 이란전(0-0무·8월31일)에 이어 축구대표팀은 이날 또 한 번 답답한 경기 끝에 무득점에 그쳤다.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축구 #우즈베크전 또 속 터진 무득점 경기 #성급한 자축 세리머니도 구설수 #팬들 “차라리 이란 감독 헹가래를” #이름 값보다 실력 경쟁 시킨 일본 #일찌감치 본선 진출 확정해 대조 #전문가 “강팀과 평가전 자주 갖고 #이승우 등 젊은피 과감한 발탁을”

환호하는 구자철 (타슈켄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7.9.6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07/dcc05ad1-c23f-4431-b48a-dd26c13a3cb9.jpg"/>

환호하는 구자철 (타슈켄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2017.9.6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경기가 끝나자마자 신태용(47) 감독이 스탠딩 인터뷰를 갖고 월드컵 본선 진출 소감을 밝힌 것도 팬들을 분노케 했다. 같은 시간에 열린 시리아-이란전이 2-2 무승부 상태에서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후반 추가 시간이었다곤 하지만 만약 시리아가 한 골을 더 넣었다면 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다. 시리아가 조 2위로 올라서고 한국이 조 3위로 떨어져 플레이오프로 밀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팬들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당했다’”고 비아냥댔다. “차라리 이란 감독을 헹가래쳐라” “감독을 바꿔도 답답한 변비 축구는 여전하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신태용 감독 헹가래하는 축구대표팀 (타슈켄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2017.9.6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07/3e753668-7bb2-4b5d-8e75-d698cee150d7.jpg"/>

신태용 감독 헹가래하는 축구대표팀 (타슈켄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우즈벡과 0-0 무승부를 거두며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선수들이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2017.9.6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대한축구협회의 지원 시스템도 부실했다. 지도력에 약점을 드러낸 울리 슈틸리케(64·독일) 감독 경질을 주저하다 최종예선 막바지에 접어들어 본선행에 ‘빨간 불’이 켜지자 부랴부랴 실행에 옮겼다. 감독 교체의 ‘골든 타임’을 놓친 뒤 뒤늦게 지휘봉을 물려받은 신태용 감독은 선수단을 정비할 시간 여유도 없이 실전에 나서야했다.

관련기사

8월 3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9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이타마 AP=연합뉴스]

8월 31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9차전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한 일본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이타마 AP=연합뉴스]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한국 축구의 행보는 ‘라이벌’ 일본과 대비된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호주 등 강자들과 대결을 펼친 B조에서 9경기만에 6승2무1패로 조 1위를 확정지으면서 일찌감치 6회 연속 본선행을 이뤘다. 바히드 할리호지치(보스니아) 일본 대표팀 감독이 선수들과 잦은 의견 충돌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지만 경기력 만큼은 나쁘지 않았다. 호주와의 9차전에선 혼다 게이스케(파추카),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 등 주축 멤버들을 모두 빼고 23세의 신성 아사노 다쿠마(도르트문트) 등 젊은피 위주로 팀을 꾸리고도 2-0 완승을 거뒀다. 스타선수라고 해서 무조건 기용하지 않고 죽기살기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발탁한 결과였다.

한국은 일본과의 상대전적에서 40승23무14패로 앞서지만, 최근 5경기에선 2무3패로 확연한 열세다. 일본대표팀 27명 중 16명이 유럽파다. 반면 한국은 유럽파가 손흥민(토트넘)·권창훈(디종)·황희찬(잘츠부르크)·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4명 뿐이다. 국가대표팀의 젖줄인 프로축구의 인프라도 허약하기 짝이 없다. 일본 프로축구 J리그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지난해 영국의 스포츠미디어그룹 퍼폼과 10년간 2조원 규모의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J1리그(프로 1부리그) 소속 18팀에 매년 35억원씩을 나눠준다. K리그 중계권료는 총액 60억원 수준이다. K리그 구단들이 기대할 수 있는 분배금은 사실상 우승 상금 5억원이 전부다.

신태용 감독. [사진 일간스포츠]

신태용 감독. [사진 일간스포츠]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바히드 할릴호지치 일본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대한축구협회]

재일동포 축구전문기자 신무광씨는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한·일 양국 대표팀 분위기는 대조적이었다. 한국이 무승부로 만족하는 모습에서 한국은 월드컵 본선진출 자체가 목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일본은 본선행을 확정지은 이후에 열린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0-1로 진 것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본선 무대에서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씨는 “일본은 할리호지치 감독 부임 이후 ‘패스 축구’의 오랜 틀을 깨고 과감하고 빠르게 전방으로 침투하는 ‘효율 축구’를 추구한다”면서 “아직은 ‘맞지 않는 옷’처럼 느껴지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노력과 도전 만큼은 긍정적이다. 이는 최근 들어 한국축구가 잃어버린 모습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골대 맞은 손흥민의 슛 (타슈켄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한국 손흥민의 슛이 골대에 맞고 있다. 2017.9.6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07/497c29ee-dc1d-42da-8bef-4c462ecf673c.jpg"/>

골대 맞은 손흥민의 슛 (타슈켄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5일 오후(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 한국 손흥민의 슛이 골대에 맞고 있다. 2017.9.6 yatoy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승우 [중앙포토]

이승우 [중앙포토]

내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기간은 9개월. 단기간에 한국축구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문가들의 처방은 두 가지 정도다.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남은 기간 세계적인 강팀들과 원정 평가전을 자주 치러 경험을 쌓아야 한다. 국민들의 기대치가 바닥까지 떨어진 현 상황이 오히려 패배에 대한 두려움 없이 평가전에 나설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과감한 선수단 정비가 필요하다”면서 “신태용 감독의 전술에 맞는 선수들로 대표팀을 개편해야한다. 10월로 예정된 유럽 원정 평가전에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 유망주를 뽑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경쟁구도는 대표팀 내 건전한 긴장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린 기자, 송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