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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할 시간에…" 부산경찰 페이스북 댓글창이 난리난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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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사진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인한 네티즌들의 분노가 꺼질 줄 모르고 있다. 피투성이가 된 채 가해자에게 사진이 찍혔던 피해자의 모습 만으로도 시민들은 크게 분노했지만, 가해자가 소년법을 적용 받아 죄에 비해 가벼운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이어 피해자의 심각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추가 공개되면서 시민들은 피해자의 상황을 더 적나라하게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피해자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이미 경찰에 신고를 했었다는 것이다. 1차 폭력 이후 경찰이 제대로 수사했다면 학생이 이처럼 끔찍한 일을 당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때문에 네티즌들은 그런 아쉬움과 '부실수사'에 대한 의혹을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에 쏟아내고 있다.

네티즌들은 부산경찰 페이스북의 여러 게시물에 "이렇게 SNS에 홍보할 시간에 여중생 폭행 사건이나 제대로 처리해달라. 머리가 둔기에 맞아 두 곳이나 터졌는데 중상이 아니면 뭔가", "신호위반범 잡고 SNS로 홍보하면서 정의 운운하더니 사람이 죽기 직전까지 폭행한 쓰레기들이 자수했다고 단번에 훈방하는 부산경찰페이지 수치스럽다" 등의 의견을 게시하고 있다.

부산경찰 페이스북 페이지는 부산경찰의 활약상을 온라인의 문법에 맞게 홍보하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부산경찰 페이스북에 나온 게시물들은 기존의 경찰 홍보물 같은 느낌이 아닌 하나의 재미있는 모바일 컨텐츠로서 기능을 하기도 한다. 부산경찰에 대한 네티즌의 호감이 그동안 꾸준히 올라간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 여중생이 학교폭력으로 인해 경찰의 문을 두드리고도, 가해자들은 훈방조치됐고 이후 여중생이 끔찍한 2차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은 부산경찰의 '홍보' 게시물에도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거든 경찰의 문을 두드리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힘을 써달라는 것이다.

실제 피해자 어머니는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피투성이 된 딸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돌아다니 길래 경찰에 막아달라고 했지만 '알았다'고만 할 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경찰들이 끔찍한 학폭 사건을 너무 쉽게 생각해 일을 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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