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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제3국 위장 수출로 3000억원 벌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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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2개월 만에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2321호) 이행 상황을 보고한 나라는 유엔 가맹국의 40%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석탄 수출량을 제한한 이 제재 결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국 산을 위장해 말레이시아 등으로 석탄을 수출해 약 3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의 제재 이행이 허점투성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유엔 북한제재위 전문가 패널 중간보고 결과 #유엔 193개국 중 '대북 제재 보고' 이행은 78국에 그쳐 #북한, ‘제3국 석탄’ 위장 수출로만 3000억원 벌어 #시리아 화학무기 기관엔 화물 보내려다 적발 #“북의 교묘한 수법과 늑장 대응으로 대책 약화”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유엔 홈페이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유엔 홈페이지]

 요미우리신문이 5일 입수한 유엔 북한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안보리 2321호 결의 이행 상황을 보고한 나라는 유엔 회원국 193개 가운데 78개국에 그쳤다. 북한제재위원회는 8명의 각국 전문가로 구성돼 제재 결과를 점검하고 있다. 이번 보고 국가는 지난해 3월 대북 제재 때의 68개국, 2013년 3월 제재 때의 25개국보다는 많지만, 여전히 안보리 제재에 협력하지 않고 있는 나라가 더 많았다. 지역별 보고 국가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8개국, 아시아 41개국 중 19개국, 북미ㆍ중남미 35개국 중 11개국으로 집계됐다. 북한은 제재 이행에 소극적인 나라를 대상으로 외화획득을 위한 거래를 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달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반발해 개최한 평양시 군중집회.[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에 반발해 개최한 평양시 군중집회.[연합뉴스]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북한은 2321호 결의로 중국이 올 2월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지하자 수출 지역을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으로 돌렸다. 이 과정에서 북한산을 감추기 위해 제3국을 경유해 수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은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12월~올 5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석탄과 철광석 등 자원을 수출해 적어도 2억7157만 달러(약 3067억원)를 벌어들였다.

 북한은 아프리카에서는 군경(軍警) 훈련 등으로 외화를 획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앙골라와 우간다에서 대통령 경호대와 군ㆍ경찰 등을 훈련시키고,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대통령 경호관과 경찰 특별부대에 화기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이 활동으로 댓가를 챙긴 것으로 보이지만 해당 국가는 전문가 패널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계획 담당 기관 앞으로 화물 2건을 수송하다가 적발돼 저지당하기도 했다. 이 화물은 북한의 무기 거래를 담당하는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KOMID)와 시리아 간 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정보가 입수됐다고 한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해운 네트워크' 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북한 선박.[중앙포토]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해운 네트워크' 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진은 북한 선박.[중앙포토]

 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의 제재 회피 교묘화와 유엔 가맹국의 늑장 대응으로 안보리 결의가 지향하는 대책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은 통상 2월쯤에 연례보고서를 내고 있으나 올해는 그에 앞서 중간보고서를 정리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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