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한 차주에게 적용되는 연체 가산금리를 인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다.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현행 연체 가산금리는 3~5%의 대출금리에다 6~9%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여 15% 수준이다. 금융 당국은 또 수도권과 투기과열지구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해 적용되고 있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개혁 과제 추진 방안 발표 #규제 완화는 소비자 중심으로 추진 #DTI 규제 전국에 확대 적용 계획 #은산분리, 인터넷전문은행은 예외 #제3의 인터넷뱅크 인가도 검토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새 정부의 금융개혁 과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이 밝힌 새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은 ▶소비자 중심으로 ▶금융 질서는 세우되 ▶규제는 풀겠다는 내용이다. 금융 당국은 이를 위해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각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개편 방안을 마련 중이다.
연체 가산금리 인하는 대표적인 소비자 중심의 금융개혁 방안으로 꼽힌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금융사들이) 가격산정방식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충분한 설명 없이 각종 비용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등의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말한 뒤 연체 가산금리 문제를 지적했다.
인하 규모는 해외 금융 선진국의 사례에 준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연체 가산금리 체계를 지적하며 “미국은 약정금리에 붙이는 가산금리가 3~6%포인트 정도에 그친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또 DTI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 위원장은 “DTI 전국 확대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DTI는 채무자 상환 능력을 보는 것이라 지역에 따라 차등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대출 심사 시 상환을 위한 소득 여력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DTI는 현재 수도권과 부산, 세종시 등 일부 지역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선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지표인 DTI가 부동산대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시중은행의 대출심사 담당자는 “DTI는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게 대출을 진행해 과도한 부채에 짓눌리는 걸 막기 위한 제도인데 부동산 대책으로 전락하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대출 차별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의 대출 건전성 관리라는 목적을 되찾고 수도권과 지방 간 공평한 대출심사를 위해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9월 중순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대책의 윤곽도 드러났다. 가계부채의 절대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차주의 상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금융 당국은 전반적인 소득 향상 대책과 함께 은행이 자체적인 여신 심사 능력을 갖추도록 체제를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금처럼 DTI나 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획일적인 대출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별로 차주의 상환능력을 심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최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둘러싼 핵심 이슈인 ‘은산분리’와 관련해선 “은산분리는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데 인터넷뱅크의 경우 은산분리의 기본정신을 저해할 우려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최 위원장은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 이건 국회에 달려 있다”며 “그게(은산분리 완화) 안 된 상황에서 시장참여자가 있는지를 고민해 제3의 인터넷은행 참여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금융감독원장 내정설에 대해선 “(김 전 총장이) 일부 우려처럼 금융 문외한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금감원 노조는 김 전 총장 내정설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금감원 노조는 ‘10년-무너진 금감원’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금융위 출신 금감원장이 임명되면서 금융위의 산업정책에 대해 비판을 제기할 수 없게 됐다”며 “김 전 사무총장은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감사원에서 보냈는데 이런 경력이 금감원이 감시견으로 다시 태어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