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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안보위기 속 막말ㆍ삿대질 국회…반쪽짜리 北 규탄결의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의 ‘장마당 세대’가 중심이 될 한반도의 미래를 예측하면서…”(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마당 세대? 핵실험 하는데 무슨”(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예의를 갖추세요”(홍익표 민주당 의원)
“어디서 삿대질이야!”(민주당 의석 곳곳에서)

안보 위기 속 여야 의원 이전투구 #낯뜨거운 정쟁에 불참, 막말까지 #299명 중 170명 회의 참석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에 최악의 안보 위기가 닥쳤지만 국회에선 고성과 막말이 오가는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졌다. 자유한국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장외투쟁을 벌인데다 바른정당 의원들이 본회의 도중 중도 퇴장하면서다. 민주당 의원 일부는 퇴장하는 의원들을 향해 “그래.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국회는 4일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정세균 국회의장의 긴급동의 형태로 본회의에 상정했다. 결의안에는 북한의 도발행위 중단 촉구와 정부의 실효적 제재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이날 보이콧을 선언한 한국당의 불참으로 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170명에 불과해 시작하기도 전에 ‘반쪽짜리 결의안’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시작됐다. 자유한국당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저지' 피켓 시위를 했다. 이 때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입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당 의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문규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파행으로 시작됐다. 자유한국당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저지' 피켓 시위를 했다. 이 때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며 입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한국당 의원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문규 기자

한국당 의원 90여명은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채 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권 방송장악 규탄’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본회의장에 입장하던 민주당 의원들과의 실랑이도 있었다. 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한국당 의원들의 시위 장면을 촬영하자 일부 의원들이 반발하면서다. 손 의원을 향해 “쓰레기!" "찍지 마라” “표창원과 사드 춤이나 추라”는 말도 나왔다. 표 의원과 손 의원이 지난해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해 전자파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개사곡을 부른 걸 겨냥한 것이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보수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며 비판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조문규 기자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보수를 부끄럽게 하지 말라’며 비판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조문규 기자

결의안 표결에 앞서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연설 땐 고성이 오갔다. 연설문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언급한 부분이 문제였다. 상호 핵무기 보유로 전쟁을 억제하는 ‘공포의 균형’ 대신 ‘공조의 균형’을 강조한 추 대표는 “남북한의 공존을 위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신뢰를 넓혀가야 한다”며 “이는 김정은 시대와 함께 등장한 북한 신세대인 장마당 세대의 특성도 고려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바른정당 의원들이 자리한 의석 곳곳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비난이 나왔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어제 핵실험을 했는데 (북한과)바로 타협하자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의를 갖춰라”(홍익표 민주당 의원)는 말에는 “지금은 대화를 이야기 할때가 아니다”(김무성 바른정당 의원)는 응수가 튀어 나왔다. 이후 하태경 의원이 여당 의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여당이 저러니까, 대통령이 (북한을) 응징하자는데 여당 대표가 뭐하는 짓이냐”고 하자 “좀 들어봐!(김영진 민주당 의원)” “그만해”(윤소하 정의당 의원)라는 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추미애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고성을 지르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이 추미애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중 고성을 지르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의 말싸움은 추 대표의 연설 도중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으로 이어졌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그래. 나가” “어디서 삿대질이야”라고 조롱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규탄 결의안 상정 직전 바른정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복귀했지만 진통은 계속됐다. 결의안에 담긴 문구가 너무 약하다는 야당측 지적이 나오자 본회의장 내에서 문구 수정이 이뤄져서다. 정세균 의장이 “여야가 합의한 결의문을 수정한 것이냐”고 묻자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최종 합의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주 원내대표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급히 모여 결의안에 담길 문구를 상의하는 모습도 보였다. 표결에 들어가기 전 김영우 국방위원장(바른정당)의 결의안 제안 설명이 두차례나 이어진 끝에 재석 170명, 찬성 163명, 기권 7명으로 채택됐다. 국회 전체의 재적의원 수는 299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북한 제6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 문구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왼쪽)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북한 제6차 핵실험 규탄 결의안 문구를 놓고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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