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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재래식 무기만으로 서울에 인명 피해..군사적 대응 곤란"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국제 사회가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나선 가운데 유럽 주요 관계자들이 대북 군사적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는 24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3일(현지시간) 밤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와 벌인 TV토론에서 북한 핵실험 대응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슐츠 대표가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갈등을 풀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다. 예측 불가능하고 또 언제 트위터를 할지 아무도 모른다"며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의 TV토론을 중계한 독일 ZDF 방송 화면 [연합뉴스]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의 TV토론을 중계한 독일 ZDF 방송 화면 [연합뉴스]

 메르켈 총리는 이에 대해 “미국 대통령 없이 우리가 이 문제를 풀 수는 없다”며 “하지만 오직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책만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평화의 힘으로서 미국이 필요하다"며 “바람직하고 이성적인 길로 가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보회의에서 대북 군사적 대응 방안에 대해 일일이 보고를 받았다. 회의 직후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괌을 포함한 미국 영토와 동맹에 대한 어떤 위협도, 엄청난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고 말하는 게 맞지만 어떤 군사적 대응도 좋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관점"이라며 “북한과 서울이 매우 가까워서 북한이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남한 인구의 상당수를 증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군사적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생산적인 해법은 중국이나 일본, 러시아의 친구들과 함께 국제적으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AP]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AP]

 존슨 장관은 “여전히 대북 제재에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북한의 교역에서 90%를 책임지고 있는데, 북한의 원유 재고량은 6개월분 정도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원유 수출 중단 등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할 경우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앞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EU는 대북 제재를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더 강력한 유엔 제재를 채택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향해선 “핵과 대량파괴 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확인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AFP]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유럽 정상 중 가장 먼저 성명을 내고 "북한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며 “핵과 탄도미사일 폐기를 진행하도록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유엔 안보리가 서둘러 새로운 수단을 모색하고 대북 제재의 이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올해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안젤리노 알파노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북한의 핵과 마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은 세계 안보는 물론 세계 비핵화 체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덴마크 정부는 덴마크를 관장하는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를 초치해 항의할 계획이다.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인도와 파키스탄도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고 나섰다. 파키스칸 외교부는 성명에서 “모든 당사자가 자제심을 보이며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길로 돌아올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정책 대표는 4일 유엔의 아마노 유키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나 북핵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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