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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나이 상관없이 들이닥쳐 혈관 건강 위협하는 ‘복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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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현대인이 가장 경계하는 질환 중 하나가 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혈액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관이 좁아져 심혈관 질환이 발병할 수 있어서다. 대부분 고지방식과 흡연·과음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원인이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복병이 있다. 바로 생활습관과 관계없이 혈관을 위협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도 혈관이 막혀 돌연사할 위험이 크다. 오늘은 ‘콜레스테롤의 날’(9월 4일)이다. 콜레스테롤의 숨겨진 얼굴,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소개한다.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 50% 이상 #40세 전 심혈관질환 발병률 10배 #황색종 외엔 자각 증상 거의 없어

혈액 속 콜레스테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과 LDL 콜레스테롤 그리고 콜레스테롤의 총량인 총 콜레스테롤이다. LDL 콜레스테롤은 혈중 농도가 낮을수록 좋다. 이 지방이 혈관 벽에 쌓이면 혈관이 좁아져 혈류 장애를 일으킨다. 반면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을 청소하는 역할을 해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린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액에 LDL 콜레스테롤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 기름진 음식이나 잘못된 생활 습관 때문에만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부모로부터 고콜레스테롤 위험 유전자를 물려받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의외로 많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최성훈 교수는 “세계적인 유병률은 500명 중 1명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에는 약 1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유전자는 LDLR·APOB·PCSK9 등 세 가지다. 환자의 약 90%가 LDL 수용체 유전자인 LDLR과 관련이 있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LDL 콜레스테롤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정상적으로 조절할 수 없어 혈액 내 지방 성분이 과해진다. 실제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400㎎/dL까지 치솟는다. 정상 수치는 130㎎/dL 이하다.

우리나라 환자 약 10만 명 추산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우성 유전질환이다. 부모 중 한 명이 환자일 때 자녀에게 나타날 확률이 50%에 이른다. 두 부모 모두에게서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때는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라고 한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위험한 것 은 고농도의 LDL 콜레스테롤에 오래 노출될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이 급상승한다는 점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상학 교수는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  환자는 40세가 되기 전에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이 생길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10배 더 높다”며 “동형접합 환자는 절반 이상이 20세 이전에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특징적인 증상은 발목 아킬레스건이나 눈꺼풀·팔꿈치·무릎 등에 생기는 황색 지방 결절(황색종)이다. 이마저도 모든 환자에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이상학 교수는 “성인이 돼서 건강검진을 받은 후에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우려했다.

조기 발견을 위해선 콜레스테롤 수치와 가족력을 따져보는 게 관건이다. 우선 LDL 콜레스테롤 기준을 보면 16세 미만은 155㎎/dL, 16세 이상은 190㎎/dL를 넘으면 의심할 만하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로 따질 때 16세 미만은 260㎎/dL, 16세 이상은 290㎎/dL가 넘으면 추가 혈액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가족 중에 심근경색이 젊은 나이에 왔거나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가 있을 때도 의심해 봐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황색종을 발견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의심 기준에 부합한다고 생각되면 방치하지 말고 치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약물치료, 생활습관 개선 병행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치료는 약물 요법과 생활습관 개선이 기본이다. 약물치료는 처음 잰 LDL 콜레스테롤 수치보다50% 이상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고지방혈에 일반적으로 쓰는 약이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정확한 진단을 통해 맞춤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동형접합 환자 중에는 어떤 약을 쓰더라도 잘 반응하지 않는 사례가 간혹 있다. 이때는 일종의 혈액 투석인 ‘체외 LDL 성분 채집술’을 시행할 수 있다.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 LDL 콜레스테롤을 걸러낸 후 다시 넣어주는 치료법이다. 임수 교수는 “생활습관이 나쁘면 콜레스테롤 수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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