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미인도 논란, 법으로 다툴 일 아냐" 유족 재정신청 기각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며'진품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중앙포토]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며'진품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중앙포토]

천경자 화백의 유족들이 "국립현대미술관장 등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은 부당하다. 검찰이 기소하게 해달라"며 법원에 제기한 요청이 기각됐다. 서울고법 형사합의28부(부장 김필곤)는 천 화백의 차녀 김정희(62) 미국 몽고메리대 미술과 교수가 낸 재정신청에 대해 30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에서 고소·고발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기소처분을 내렸을 때 그 처분이 옳은지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유족 "기각이 진품이라는 뜻 아니다"

어머니 천 화백의 별세 후에도 '미인도' 위작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자 김 교수는 지난해 4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과 학예실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미인도'는 어머니의 작품이 아닌데도 관장 등이 계속해서 진품인 것처럼 공표하는 것은 잘못이다"며 사자명예훼손·저작권법위반·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 달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는 8개월간의 수사 끝에 지난해 12월 "미인도는 진품이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수사과정에서 유족 측 요청으로 감정에 나섰던 프랑스 뤼미에르 연구팀의 "진품일 가능성은 0.00002%"라는 보고서 내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교수가 고소·고발했던 박물관 관계자들은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진품을 진품이라고 말했으니 혐의가 없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결론에 불복해 지난 1월 다시 살펴봐 달라며 항고를 냈지만 4달 뒤 서울고검은 "기록을 검토한 결과 이 항고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이에 김 교수는 지난 6월 "법원에서 살펴봐 달라"며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냈다.

지난 4월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은 위작 논란이 벌어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전시했다. 김춘식 기자

지난 4월 과천국립현대미술관은 위작 논란이 벌어진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전시했다. 김춘식 기자

재판부는 "신청인의 주장이나 제출 자료만으로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한 박물관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겨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의 신청을 대리한 배금자 변호사는 "결정문을 받는 즉시 대법원에 재항고할 것"이라면서 "다만 이 기각 결정은 '미인도'의 진위 판정과는 관련이 없고, 진위 판정은 최근 공개전시 관련해 저작권법 위반으로 별도 고소한 사건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27년 이어온 '미인도 위작' 논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미인도' 첫 공개
천경자 화백, '위작' 주장

1998년
천 화백, 절필 선언 후 미국 이주

1999년
화가 권춘식씨 "미인도 내가 그렸다" 주장

2015년
8월   천 화백 별세
10월 유족, 국립현대미술관에 위작 시인·사과 요구

2016년
4월 유족,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 고소 고발
      검찰, 고소 사건 수사 시작
11월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팀, "미인도 가짜" 보고서 검찰 제출
12월 검찰 "미인도는 진짜" 수사결과 발표
       피의자들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2017년
1월 유족, "불기소 처분은 부당하다" 항고
5월 검찰, 유족 측 항고 기각
6월 유족, "검찰이 기소하게 해달라" 재정신청
8월 법원, 재정신청 기각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