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연성분 치약 만들어 판매수익 10% 기부 … ‘나눔 실천’ 치과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민승기 위드마이 대표

“생필품으로 나눔을 실천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는 민승기 위드마이 대표. [최정동 기자]

“생필품으로 나눔을 실천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는 민승기 위드마이 대표. [최정동 기자]

민승기(35) 대표가 2015년 창업한 ‘위드마이’는 친환경·비건 치약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사업을 시작하며 치약 하나를 팔면 같은 제품 하나를 기부하기로 했다. 막상 원칙대로 치약 수천 개를 가져다주니 기부처에서 “이제 당분간 치약은 그만 주셔도 된다”며 곤란해하는 것을 보고, 기부 방식을 ‘판매수익의 10%’로 바꿨다. 쓰레기 더미 위에 지은 필리핀 빠야따스 마을 도서관 운영비, 캄보디아 시골 마을 유치원 설립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보육원 선덕원에는 여전히 필요할 때마다 치약을 가져다준다.

연중기획 매력시민 세상을 바꾸는 컬처디자이너

민 대표는 2008년 뉴욕대 치과대를 졸업하고 2013년까지 미국 하와이·워싱턴 소재 치과에서 일했다. 30분 단위로 환자를 받으며 빠듯하게 진료를 하는 게 큰 스트레스였다. “수입은 의사를 할 때의 4분의 1로 줄었지만, 일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팔찌나 가방은 꼭 필요해서 사는 건 아니잖아요. 꼭 필요하고 자주 사는 생필품으로 나눔을 실천할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치과의사로 일하며 써본 치약만 200~300종류였다. “내가 쓰지 않을 치약은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제조업체인 한국콜마에 성분 요청을 깐깐하게 했다. 비건 치약으로 만들기 위해 치약에 당연하게 들어가던 동물성 글리세린을 뺐다. 치약 원료는 가루 형태가 대부분이라 글리세린을 넣어 젤 형태로 만든다. 대신 팜유에서 추출한 식물성 글리세린을 넣었다가 팜유가 열대우림 파괴의 주범이란 걸 뒤늦게 깨닫고 그나마도 빼버렸다.

위드마이 치약에는 비건·친환경 인증 마크가 여러 개 인쇄돼있다. 자랑하려는 의도보다 그 로고가 무슨 의미인지 의문을 갖고 찾아봐 주길 바라서다. 지난해 ‘치약 파동’ 때 친환경·비건 치약을 찾는 소비자가 반짝 늘었지만 관심은 이내 시들었다. “같은 육식이어도 뒷마당에서 애지중지 키운 닭을 꼭 필요해서 잡아먹는 것과, 한때는 생명이었음은 생각도 못하고 그저 고깃덩이를 빨리, 많이, 저렴하게 길러 먹는 것은 달라요. 왜 농부들은 그렇게밖에 키울 수 없을까, 저렴하게 대량생산되는 과정은 어떤 것일까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치약 파동부터 조류인플루엔자, 살충제 계란, 유해물질 생리대까지 모두 해당되는 얘기다.

친환경 치약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생산 제품 종류를 조금씩 늘리고 있다. 칫솔은 대를 투명하게 만들었다. 플라스틱에 색을 넣거나 고무를 붙이면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터키에서 무농약 목화솜으로 만든 면으로 현지 여성들이 간단한 수공예 작업을 한 수건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