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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관리 업무 분산으로 물 안보 저해, 예산 낭비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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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충남 보령댐. 지난 2015년 가을에 이어 올해도 충남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이 말라붙었다. [중앙포토]

지난 5월 극심한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충남 보령댐. 지난 2015년 가을에 이어 올해도 충남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보령댐이 말라붙었다. [중앙포토]

수자원 확보와 홍수 방지, 수질 개선 등 물 관리 업무가 정부 부처 여러 곳으로 나뉜 탓에 물 안보가 저해되고, 물 관련 예산의 낭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댐 건설과 취수원 이전 등의 사업에서는 지역 갈등을 해소하는 역할도 미흡해 국가 차원의 통합 물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부·국토부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주최 #한 개 댐에 의존…가뭄과 수질오염에 취약 #상수도 시설 과잉 투자액 4조원에 이르지만 #농어촌 상수도 보급률은 73.1%에 머물러 #포럼에 170여 명의 관계자·전문가 참여 #12월까지 수량·수질 통합관리 방안 논의 #

30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그랜드볼룸에서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공동 주최로 열린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전체 회의에서 환경부 홍정기 물환경정책국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한 개의 댐에 많은 지역이 의존하는 광역 상수도 확대로 인해 가뭄이나 수질 오염사고 발생 시 광역적 피해가 발생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30일 서울 63스퀘에서 열린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전체회의에서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30일 서울 63스퀘에서 열린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전체회의에서 패널들이 종합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2015년 가을 가뭄이 발생하자 보령댐에 의존하는 충남 서부 8개 시·군에서는 132일간 제한급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수자원 확보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지역 개발에다 기존의 소규모 상수원 취수시설을 폐쇄한 탓이다.

홍 국장은 또 “부처 간 업무 중복과 과잉 투자로 전국 상수도 시설의 전체 이용률은 60.9%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2014년 감사원은 전국의 상수도 시설 과잉투자액이 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 면 단위의 상수도 보급률은 아직도 73.1%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사상 최악의 침수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 석남천의 모습. 홍수 재해 예방 업무도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어 유역별로 동합 치수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포토]

지난달 사상 최악의 침수피해를 입은 충북 청주시 석남천의 모습. 홍수 재해 예방 업무도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어 유역별로 동합 치수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포토]

국토교통부 정희규 수자원정책과장은 “홍수방지 시설 중에서 저류지는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하수도는 환경부, 하천 제방은 국토부가 나눠 맡고 있다”며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수방시설을 연계하는 유역 단위의 종합 치수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 전체회의에서는 물 관련 사회적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물 관리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와 전문가, 환경단체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기구와 제도가 없어 갈등 해소에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행사에는 물 관련 정부기관·학계·시민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에는 지난달 포럼 운영위원장으로 위촉된 허재영 위원장(충남도립대 총장)을 비롯해 정부(환경부·국토부), 관련 학회, 시민단체 등의 추천을 받은 170여 명의 분야별 전문가·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있다.

포럼 위원들은 ▶정책 ▶법·제도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영산강 유역분과 등 총 6개 분과로 나눠 활동하게 된다.
포럼은 일단 12월까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허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서 “수량·수질 분야 전문가들이 함께 통합 물 관리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포럼의 논의가 우리나라 물관리 정책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기후변화로 가뭄과 홍수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통합적인 물 관리 체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며 “물 이용과 보전에 관심을 가진 유역의 주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유역 거버넌스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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