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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초등학교에서 '양잿물 성분' 세제로 조리기구 닦아… 교장·교감도 몰라

중앙일보

입력

대전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수산화나트륨을 주원료로 만들어진 강력한 세제로 조리기구를 세척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수산화나트륨은 이른바 ‘양잿물’과 비슷한 성분으로 알려 있다.

대전시교육청 전경. [중앙포토]

대전시교육청 전경. [중앙포토]

30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 A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했던 조리원 B씨가 “오븐과 기름때 제거용 세척제인 오븐크리너를 과다 사용하고 일부 조리기구를 세척하는 데도 사용했다”는 주장을 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B씨는 올해 초까지 A초등학교에서 일하다 다른 학교로 옮긴 상태다.

조리원 "음식 담는 그릇 닦을 때도 사용, 아이들에게 미안" 폭로 #대전교육청·해당학교 "오븐크리너 사용여부 보고받지 못해" 해명 #오븐크리너 주성분 수산화나트륨 '양잿물'과 비슷해 사용 자제

B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오븐크리너는 튀김용 솥 등 찌든 때를 제거하기 위한 세제지만 음식을 담는 솥과 집기류 등도 닦았다”며 “강한 성분 때문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솥 등을 닦을 때는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원래는 물과 희석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현장에선 원액을 써 조리원 사이에선 ‘우리는 폐암으로 죽을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말했다.

오븐크리너에 들어간 수산화나트륨은 독성이 강한 염기성 물질이다. 전체 함유량의 5%를 초과하면 유독물질로 분류된다. 수산화나트륨은 소량을 지속해서 흡수할 경우 천식 등의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대전교육청은 이런 사실을 접하고 급식실을 운영하는 283개 학교에 공문을 보내 “오븐크리너를 적합한 용도 외에는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해당 학교에 점검반을 보내 오븐크리너 구입 내용과 사용 경위 등도 조사할 방침이다.

A초등학교는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도 급식실에서 오븐크리너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A학교 고위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공문을 보냈다는 말은 들었다. 우리 학교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다”며 “보고를 받은 적도 없고, 놀랍고 당황스럽다”고 설명했다.

대전시교육청도 이날 오후 들어서야 B씨가 일했던 학교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사태파악을 하고 난 뒤에서였다. 대전시교육청은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수산화나트륨 5% 미만의 세제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늘(30일) 오후 일선 학교에 세제사용 지침을 내렸다”며 “현장조사를 거쳐 잘못이 드러나면 규정에 따라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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