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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북한 김낙겸의 경고대로 방향만 틀어서 실거리 발사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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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9일 김낙겸 전략군사령관의 경고대로 29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1발을 발사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 시찰 당시 “미국의 행태를 좀더 지켜보겠다”고 말한 이후 15일만이다. 다만, 방향은 예고했던 괌 방향이 아니라 약 80도 정도 북쪽으로 틀어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 쪽이었다.

북한이 29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중장거리미사일(IRB) 화성-12형의 지난 5월 발사 당시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중장거리미사일(IRB) 화성-12형의 지난 5월 발사 당시 모습.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오늘 오전 5시 57분쯤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 방향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했다”며 “비행거리는 2700여km, 최대 고도는 550여km로 판단했으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ㆍ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비행시간은 약 29분(1740초)였다. 올 들어 13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다. 군 관계자는 “이번 미사일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실거리 사격 능력 과시

북한 탄도미사일 실거리 사격 능력 과시

북한은 이번에 IRBM급 이상의 미사일 발사로는 처음으로 실거리 발사를 했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궤적 등을 볼 때 (기존의) 고각 발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 각도(30~45도)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월 14일 북한은 화성-12형 시험발사 당시 고각 발사로 비행거리 780여㎞, 최고 고도 2,110여㎞를 기록했는데 이번엔 정상 각도로 발사해 비행 거리는 약 4배 늘어났고 최고 고도는 4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신원식 전 합참 차장은 “북한은 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을 목표로 좌고우면하지 않고 똑바로 달려가고 있다”며 “북한이 이번에 실거리 발사에 나선 것은 마지막 단계인 미사일 실전배치를 서두르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실거리 발사는 북한의 예고대로 괌 타격 능력이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발사방향만 튼 대미 경고용이라는 얘기다. 앞서 김낙겸은 지난 9일 “화성-12형 미사일 네발이 일본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해 사거리 3356.7㎞, 비행시간 1065초 후 괌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액체연료를 쓰는 화성-12형의 경우 연료 주입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사거리는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북한이 공언한대로 직접 괌을 타격하면 미국에 대한 공격이자 전쟁을 의미하기 때문에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유사한 도발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실제 합참은 발사 직후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우리 군의 입장’을 통해 “북한이 소위 ‘괌 포위 사격’을 운운한데 이어 이에 준하는 사거리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은 우리 군과 한미동맹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규탄했다.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기자단에게 대응책을 설명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기자단에게 대응책을 설명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연합뉴스]

이날 미사일 발사는 동시에 일본 열도 상공을 사전 예고 없이 통과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일 경고 메시지다. 북한 미사일의 일본 열도 상공 통과는 1998년 대포동 1호와 2009년 은하 2호 등 지금까지 두 번 있었다. 이번이 세번째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한, 대중국 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일본과 일본내 주일미군 기지가 언제든 사정권에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3일전인 지난 26일 사거리 25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한 것과 맞춰보면 북한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기간동안 대남, 대일, 대미 경고메시지를 모두 보냈다. 군 소식통은 “지난 26일 원산 깃대령에서 고도 50㎞로 저각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남한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며 “특히, 원산에서 주한미군 기지가 있는 평택까지 거리가 대략 250㎞라는 점에서 주한미군을 겨냥한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제 연내 핵미사일 완성을 위해 맹렬하게 돌진중인 북한의 다음 수순은 6차 핵실험 또는 ICBM 실거리 발사 정도인 셈이다.

정용수ㆍ이철재기자 nkys@joongang.co.kr

<북한 발사체의 일본 상공 통과 사례>
①1998년 8월 31일=함경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대포동1호, 일본 쓰가루 해협 상공 지나 태평양 낙하
②2009년 4월 5일=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한 은하2호, 일본 도호쿠 상공 지나 태평양 낙하
③2017년 8월 29일=평양 순안 일대서 IRPM 추청 발사체 1발 발사, 일본 상공 통과해 홋카이도 동쪽 태평양 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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