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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신재생에너지=친환경? 영양풍력은 부적격, 괴산선 주민갈등, 인천 조류발전도 공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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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양 맹동산 일대 영양풍력발전단지의 전경. 산 정상에 41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 영양군]

경북 영양 맹동산 일대 영양풍력발전단지의 전경. 산 정상에 41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 영양군]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이용한 발전을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자주 거론된다. 태양광·풍력·조류 등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사고가 나더라도 치명적 피해를 입히지 않는 발전 방식으로 불려왔다. 이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는 '착한 에너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거대 구조물·면적 차지로 환경파괴 유발하는 단점 #주민들과 사업자 사이에 갈등도 전국 곳곳서 발생 #충북 괴산·경북 영양서 신재생 에너지 둘러싼 논란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라고 해서 모두 '친환경'이라고 보면 오산이다. 태양광 발전은 많은 면적을 필요로 해 자연 환경 파괴가 불가피하다. 풍력 발전은 거대한 구조물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신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자와 주민 사이의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충북 괴산군에선 태양광 발전소 건립을 두고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 240여 명이 사는 괴산군 장연면 장암리 신대마을은 뒷산에 2019년까지 100㏊(약 30만평) 규모, 총 용량 56MW급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5월 태양광발전 설치업체인 S사와 일부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장암 신대마을 동산운영위원회'가 67억원에 부지 매매 계약을 마쳤다.

충북 괴산군 장암 신대마을 동산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 태양광사업예정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주민들이 태양광사업 반대 현수막을 마을 입구에 걸고 있다. 괴산=최종권기자

충북 괴산군 장암 신대마을 동산운영위원회는 지난 5월 태양광사업예정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주민들이 태양광사업 반대 현수막을 마을 입구에 걸고 있다. 괴산=최종권기자

동산운영위는 "융복합 태양광시설 건립으로 농작물 재배와 축산농가에 전력을 손쉽게 공급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 주민은 "태양광발전이 들어서면 환경파괴와 농작물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봉재(51)씨는 "2014년 10월 귀향한 뒤 옥수수·콩·고추 등 작물을 재배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태양광시설이 들어서면 더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암리 보전대책 주민협의회 정재영 위원장은 "산을 허물고 태양광 시설을 세우면 올해처럼 물난리가 날 경우 토사가 마을로 흘러들어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태양광 집열판 반사광으로 인해 농작물 생육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북 괴산군 장암리보전협의회가 지난 25일 충북도청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괴산=최종권기자

충북 괴산군 장암리보전협의회가 지난 25일 충북도청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괴산=최종권기자

이에 대해 홍남표(61) 동산운영위원장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서면 친환경적으로 생산되는 전기를 농업과 축산업에 활용할 수 있다"며 "업체로부터 연간 2000만원의 마을발전기금을 받는 것도 약속한 상태"라고 말했다.

경북 영양군에선 풍력발전단지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풍력발전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생태계가 파괴되고 주민들의 건강권·재산권이 피해를 입는다"고 반대하는 반면 지자체 측은 "일자리가 생기고 세수가 늘어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영양군에 풍력발전시설이 처음 들어선 것은 2008년. 석보면 맹동산에 1.5MW급 풍력발전시설 41기가 세워졌다. 한동안 설치가 이뤄지지 않다 2015년 영양읍 무창리에 18기가 추가로 세워졌다.

지난 4월 7일 경북 영양군청에서 영양군민들이 풍력발전단지 건립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이상돈 의원실]

지난 4월 7일 경북 영양군청에서 영양군민들이 풍력발전단지 건립 사업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 이상돈 의원실]

환경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지금 맹동산은 회복 불가능하게 훼손된 상태"라며 "인근 지역민들은 소음과 저주파, 송전탑 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관광객이 늘기는커녕 이전에 맹동산을 찾던 사람들도 더 이상 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영택 영양군수는 "풍력발전단지 조성은 앞으로 군의 랜드마크이자 미래 지역의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 주민복지사업 확대, 지역 세수 확보가 잘 되도록 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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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지난 2일 대구환경청은 풍력발전단지 건설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해 사업 '부동의' 의견을 영양군에 전달했다. 풍력발전 운영 및 건설사인 'AWP'가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일대에 3.3MW 풍력발전기 27기를 추가로 설치하려던 사업에 대해서다.

영양 풍력 발전 단지 내 발전기. [중앙포토]

영양 풍력 발전 단지 내 발전기. [중앙포토]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환경 보전가치가 우수한 산림"이라며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자연환경 훼손, 생태적 연속성의 단절 등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에선 2009년부터 세운 조류발전단지 사업이 표류 중이다. 조류발전은 바닷물 속에 프로펠러를 설치해 해역의 빠른 물살(조류)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인천시는 당시 옹진군 덕적면 소야도와 소이작도 인근 해역 4곳에 발전기 100기(2MW급·발전용량 200MW)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는 조류발전단지 조성사업 계획을 발표했었다. 사업비만 8000억원에 이른다.

빠른 조류를 이용한 완전 잠수식 발전 개념도. [중앙포토]

빠른 조류를 이용한 완전 잠수식 발전 개념도. [중앙포토]

하지만 조류발전단지 사업은 현재까지도 추진이 멈춘 상태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12년 착공해 지난해부터 가동됐어야 했다. 하지만 당시 2MW 발전기를 해당 해역에 시험용으로 설치했다가 조류 속도를 이기지 못해 떠내려가면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론화되지는 않았지만 어민들의 반대도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조류발전은 조력발전과 달리 해양환경 변화 영향이 작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제성과 기술력이 아직 부족한게 현실이어서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또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있겠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동서발전이 지난달 전남 진도군 녹진과 해남군 우수영 사이 울돌목에 설치한 국내 1호 조류발전소. [중앙포토]

한국 동서발전이 지난달 전남 진도군 녹진과 해남군 우수영 사이 울돌목에 설치한 국내 1호 조류발전소. [중앙포토]

강원지역에서도 태양광 시설 설치 추진으로 인한 갈등이 속출하고 있다. 정선군 임계면이 대표적이다. 임계면 주민들로 구성된 임계면 태양광 설치 반대투쟁위원회는 임계4리 산568번지 일대 30만여㎡에 추진되는 태양광발전단지 설치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주민들은 백두대간에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조성될 경우 산림자원 훼손에 따른 자연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될 것이라며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김수철 임계면 태양광 설치 반대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태양광 시설이 들어설 지역이 산림이 우거진 숲이라 시설 설치를 위해선 나무를 모두 잘라내야 한다"며 "마사토가 많은 곳인데 나무가 없어진 상황에서 많은 비가 내리면 토사가 밭을 덮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선군에 따르면 현재 임계면 일대에만 24개 업체가 전기사업자 허가를 받아 태양광 발전 시설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 15개 업체가 태양광 발전단지 조성을 위해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신재생 에너지 발전도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를 일으킬 수 있으니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설득 과정도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한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설 설치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영향 평가 등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며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과정도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업자와 주민들 간의 분쟁이 대부분이지만 정부가 신재생 에너지 확대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인 만큼 정부가 체계적으로 중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괴산·영양·인천·정선=최종권·김정석·임명수·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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