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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 물폭탄에 잠긴 美 4대도시 휴스턴,지구온난화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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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하비'가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강타했다. 이 지역엔 이날 오후 7시까지 76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도심이 물에 잠긴 가운데 한 주민(오른쪽)이 구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허리케인 '하비'가 2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강타했다. 이 지역엔 이날 오후 7시까지 76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도심이 물에 잠긴 가운데 한 주민(오른쪽)이 구조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강타한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은 27일(현지시간) 하룻만에 ‘물의 도시’로 바뀌었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이날 오후 7시 기준으로 휴스턴 일부 지역의 일일 강수량이 30인치(760㎜)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4번째로 큰 인구 650만의 도시는 전례없는 ‘물 폭탄’에 재난영화의 배경처럼 변했다.
휴스턴 강이 범람하면서 며칠 전까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길은 흙탕물에 잠겨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됐다.
도심 도로는 높게는 성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 올라 차량이 둥둥 떠다녔다. 침수된 집 지붕 위로 올라와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들도 목격됐다. 구조대원이 던져준 보트를 타고 집을 탈출하는 이들도 보였다. 미 CNN은 “더 이상 허리케인이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홍수로 돌변했다”고 전했다. 2005년 1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연상케한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미 텍사스주 휴스턴 도심이 27일 폭우로 물에 잠긴 가운데 주민들이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교량 위로 일렬을 지어 대피하고 있다. 주민행렬 옆으로 차량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텍사스주 휴스턴 도심이 27일 폭우로 물에 잠긴 가운데 주민들이 아직 물에 잠기지 않은 교량 위로 일렬을 지어 대피하고 있다. 주민행렬 옆으로 차량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AP=연합뉴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27일 현재 ‘하비’로 인해 최소 5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선제적 예보ㆍ예방 덕분에 강수량에 비해 현재까지의 인명피해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내달 초까지 폭우가 계속 쏟아질 것으로 예보돼 이재민이 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전했다.
국립기상청과 국립허리케인센터는 다음달 1일까지 텍사스 연안과 루이지애나주 남서부 지역에 강수량 15∼25인치(380∼630㎜)에 이르는 비가 더 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내린 강수량과 합치면 이 지역 연평균 강수량 50인치(1270㎜)와 맞먹는 강수량을 하비가 일주일 간 쏟아내는 셈이다.
국립기상청은 “이 지역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재앙적인 홍수가 찾아왔다”고 성명을 냈고,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역대급 재난”이라며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한 2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국경 수비대원들이 휴스턴에서 구명보트를 동원해 주민들을 구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한 27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국경 수비대원들이 휴스턴에서 구명보트를 동원해 주민들을 구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인근 댈러스는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소를 마련했고, 적십자사는 하루 13만 명분의 음식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텍사스를 방문한다.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 상륙에 패닉 #최소 5명 사망 "2005년 카트리나 연상" #"온난화 영향으로 30% 많은 비 동반" #지구온난화 탓 허리케인 재앙적 돌변

미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하비’ 같은 초강력 허리케인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하비’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최소 30% 이상 더 강한  폭풍과 강수량을 동반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NASA는 “하비가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제자리에 머물며 비를 쏟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기후학자들은 ^따뜻해진 바다 ^따뜻한 대기 ^해수면 상승 등 3가지가 하비를 재앙적인 홍수로 탈바꿈시켰다고 분석했다. 3가지 요인 모두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다.

허리케인 '하비' [연합뉴스]

허리케인 '하비' [연합뉴스]

NASA 등에 따르면 하비가 휴스턴에 접근하던 지난주 인근 멕시코만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섭씨 1.5~4도 높았다.
하비가 이 바다를 지나며 48시간 만에 ‘카테고리 4’의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발달했다는 것이다. ‘카테고리 3’이었던 카트리나보다 강하다.
미 본토에 카테고리 4등급 허리케인이 상륙한 건 13년 만이다.
케빈 트렌버스 미 기후연구센터 박사는 “따뜻한 바다가 1차적으로 하비에 연료를 충분히 공급했다”며 “허리케인은 따뜻한 수온을 통해 더 많은 비를 머금게 된다”고 말했다.
따뜻한 대기와 해수면 상승도 하비를 더 위력적으로 만들었다. 지난 여름 텍사스주는 미국 어느 지역보다 수은주가 높았다. 기후학자 존 닐슨 가먼은 “일반적인 비도 따뜻한 대기를 만나면 폭우와 홍수로 돌변하기 십상”이라며 “올해 텍사스주는 강수량이 연평균보다 30%가량 많았다”고 말했다.
미 시사지 애틀란틱에 따르면 1940년대 멕시코만 구조물 높이는 해수면보다 20~40피트(6~12m) 높았는데, 90년대엔 70피트(21m)로 더 높아졌다. 해수면 상승에 따라 해일 피해가 커지고 이를 막기 위한 구조물 높이도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얘기다.

기후학자들은 “같은 급의 허리케인도 지구온난화에 맞물려 더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예컨대 카트리나도 1900년대에 발생했다면 그 위력은 2005년 때보다 15~60%가량 낮았을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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