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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뉴라운드 협상] 개도국 '농업관세' 점진적 인하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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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뉴라운드인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어 농업과 공산품.임수산물, 무역 원활화 등에 대한 국제 무역질서를 새로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수출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선 협상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뉴라운드 협상으로 수출이 6.7%, 수입이 7.8% 늘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연 2.6~4.2%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뉴라운드 협상이 깨지면 세계 경제가 한해 8천억달러(약 9백60조원)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추산했다.

이처럼 뉴라운드가 세계 경제에 큰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막상 개별 국가로선 부문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그동안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이사회가 24일 농업.서비스.공산품 등 분야의 2차 협상 초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탄력을 받고 있다.

WTO는 다음달 10~14일 멕시코 휴양도시 칸쿤에서 열리는 WTO 5차 각료회의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타결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WTO는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뉴라운드를 출범시키며 농업과 공산품.임수산물 분야의 세부원칙을 올 3월과 5월까지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실패했다.

◆ 성공의 관건은 농업=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수출국과 수입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국내 농업에도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WTO 이사회 초안은 선진국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는 품목을 많이 내리고, 낮은 관세를 매기는 품목을 적게 내리는 스위스 방식을 원칙적으로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민감한 품목에 대해서만 최저 관세율을 정하는 UR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개도국에 대해 일부 농산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라는 주문을 곁들였다.

반면 개도국에 대해선 식량 안보와 농촌사회 안정 등을 감안해 낮은 관세 감축률을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낮출 수 있게 하는 등 우대조치를 인정했다.

개도국들은 그동안 미국 등 선진국의 보조금 정책으로 국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수출길이 막혀 경제 발전이 늦어진다며 보조금의 대폭 삭감을 주장해 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선진국 등의 한해 농업보조금 규모가 3천억달러(약 3백60조원)로 부자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주는 원조금의 6배를 웃돈다고 지적했다.

◆ 개방 수위를 조절하는 서비스=서비스 분야는 칸쿤회의의 핵심 의제가 아니다. 개별 국가별로 시장개방을 원하는 분야에 대해 협상을 벌이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개별 협상에서 개방을 약속했으면 다른 회원국들에도 같은 정도로 개방하도록 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영화 등 시청각, 법률.교육.의료 등 공공서비스 분야에 대한 선진국의 개방 요구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EU.호주.중국 등이 국내 영화나 법률.교육.의료시장의 개방을 요구한 상태다.

정부는 이들 분야의 개방이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보면서도 국내 시장에의 충격을 우려, 개방의 폭과 속도를 조절할 방침이다. 반면 건설.통신.유통.해운 등 경쟁력있는 서비스 분야에서는 외국의 시장개방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교육시장 개방으로 외국대학 분교가 국내에 설립되면 국내 대학을 자극하고 해외 유학을 줄이는 등 이익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서비스시장 개방은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많다"고 말했다.

◆ 양날의 칼인 비농산물=공산품과 임.수산물은 우리의 입장이 엇갈리는 분야다. 경쟁력이 있는 공산품 분야에서는 대폭 개방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경쟁력이 취약한 합판.활어 등 임.수산물 시장은 보호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WTO 이사회는 관세율이 높은 나라는 많이 내리고, 관세율이 낮은 나라는 적게 내려 관세율을 조화시키자는 안을 제시했다. 회원국들은 관세를 내리자는 데는 합의하고 있으나 얼마나 내릴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큰 상태다.

◆ 기타 안건=1996년 WTO 싱가포르 각료회의에서 제기된 싱가포르 이슈는 ▶투자▶경쟁정책▶무역원활화▶정부 조달의 투명성 등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와 선진국들은 칸쿤회의에서 싱가포르 이슈에 대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개도국들은 아직 여건이 되지 않았다며 좀더 연구하자는 입장이다.

반덤핑.보조금.지역협정 등 무역규범도 칸쿤회의에서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반덤핑 규제의 근거를 명확히 해 반덤핑 조치의 남발을 막자는 입장인 데 반해 미국 등은 소극적이다.

안호영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뉴라운드는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국제경쟁력이 취약한 농업과 임.수산물도 시장 개방이 대세인 만큼 받아들이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사진설명전문>
'WTO 체제와 농업'심포지엄이 25일 오후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로 국제농민단체인 비아 캄페시아(농민의 길) 아시아 대표 헨리 사라기(오른쪽에서 둘째)가 참가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민주노동당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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